이런 일도 있구나

조회 수 18581 추천 수 0 2013.04.21 05:45:21

 

 

 

이런 일도 있구나

                                               박영호


길벗 김재환이 새파란 젊은 나이때

빛고을 방림동에 있는 이현필 동광원에

서울 북한산 아래 사는 진인 다석 류영모가

진리의 말씀을 한다하여 모임에 한자리해

하는 말은 우리말인데 전혀 알아듣지 못해

흥미를 못느껴 그것으로 잊어 버리고 살았다.

 

온갖풍상 다 겪은 흰머리칼의 늙은이 되어

눈앞에 죽음을 맞고나니 젊어 만난 다석이 생각나

다석이 우리말로 옮긴 노자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어렵긴 말이나 글이나 마찬가지라 생각끝에

여의도 성천아카데미에 다석강좌에 나왔다.

다석의 제자도 자기와 동갑나이 늙은이었다.

 

세해동안 빠지잖고 나오며 귀가 열리었다고

오랫동안 안보이드니 느닷없이 섬유질 폐병이라

근본주의 교인 부인은 문병도 못오게 전화도 말라

죽을 힘을 다해 다석 추모모임에 뒤늦게 도착

부인이 교회에 간뒤에 찾아오라는 전갈받고

백리파주길을 길벗들과 문병길에 올랐다.

 

벨누르고 이름부르고 문두드려도 침묵뿐이라

보청기를 뽑아놓아 못듣는지 못일어나는건지

잠긴 현관문은 끝내 열리지 않아 돌아섰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기가막히는 일이라.

이심전심 마음으로 얼싸안아 주고서 돌아섰다.

마지막 떠나는 길 큰 괴롬 없길 빌고빌어

 

(2013..3.17)

 
   
엮인글 :

홀가분

2013.04.21 21:48:14
*.120.179.5

인생무상이라 감도 없이, 옴도 없이 여여할뿐이랴! 김재환 님 삶에 환란 풍파 떠남에 님의 뜻을 따라 가길 바랄뿐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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