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한 지나간다

조회 수 2395 추천 수 0 2010.03.20 09:45:40

 

우리 또한 지나간다

                                                                박영호

 백년 앞서는 분명히 나는 없었다

백년 뒤에는 정확히 나란 없으리

죽음을 회피하려는 어리석은 진시황이 되지 말자

우리의 삶이 아우슈비츠 가스실로 끌려가는 죽음의 줄서긴가

오늘도 한걸음 죽음에 가까이 닥아섰다

역사란 선인들의 굴비엮음이 아니고 무엇인가

안 죽을 사람처럼 설치고 살다가 갑자기 죽게되면 무슨 꼴

오십억년 뒤에는 지구조차 흩어져 살아진다는데

있는 것이란 지나가는 바람이요 허망한 꿈인 것을

이 땅위에서 우쭐거리는 이 풀죽은 이 다 함께 울어나 보리라

 

어떤 모양이든 있음(有)이란 보잘 것 없는 꼴불견이라

있음이 된 이 나는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서럽고 또한 괴롭고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있음을 낳고 거두는 없음(無)을 향해 몸부림친다

그런데 이 무슨 이런 일이 있는가 이게 기적인가 은총인가

있음(개체)이 없음(전체)을 생각해 느낄 때 기쁘고 떨린다

이제야 깨달았으니 있음이 사는 목적은 없음을 생각하며 느끼는 것임을

태아가 어머니를 느끼듯 온통(전체)이신 하느님을 느낀다

없이 계시는 하느님께서도 어머니가 태동을 느끼며 기뻐하듯 나를 느끼시나

그래서 내 마음이 이렇게 떨리고 벅차게 기쁜 것이라라

그러자 내 몸뚱이의 살고 죽음이 아무것도 아님이 드러나 보였다

 

모든 있음(개체)은 없음(전체)의 속물이요 그림자 인  것을

있음(有)의 실체(참나)는 온통인 없음이라

없음(無)을 그리고 생각하고 기리는 것이 영생에 이르는 길

이 누리에서 몸을 위해 하는 일은 성공해도 부질없는 일

지나고 나면 한 바탕 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

없이 계시는 하느님을 느끼고 기린 일은 날이 지날수록 더욱 빛나

예수 석가의 삶이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해 보여주었다

잘나 사람들의 뽑내며 으스대는 모습들 다 어디로 갔나?

오늘도 조용히 골방에서 없이 계시는 하느님을 사모하리

이것이 나의 삶의 목적인 기도요 참선이다

(20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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