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죽이기라니

                                                  박영호

할 일 없이 시간 보내기는 죽음보다 두려워

포로수용소에 갇히어 셈세기를 거듭했다지

감방살이에는 개미나 거미와 얘기를 나누어

시골에서 성근 뻐스 기다리기는 지루하기도

붐비는 음식점엔 음식나오는 것 기다리기도 한참

다 늙은이가 숨질 날 바라기도 못할 고달픈 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 하는 이상의 복됨이 없어

시간이 황금이라 일을 한만큼 돈벌이가 돼

덧없이 거저 지나면 황금을 버리는 것이라

시간내어 부지런히 익혀야 예술가 기능인 되고

시간을 알뜰살뜰이 써야 선수도 되고 학자가 된다

학교라 학자라는 낱말이 여가라는 말에서 나와

조용한 시간에 예술가의 값진 작품이 이뤄지고

자유론 시간에 작가의 생각에서 글이 나온다

사랑하는 남녀는 동짓달 긴긴 밤도 짧다지

감옥에 면회시간은 왜그렇게도 빨리 지나가나

연인이 있는 사람은 전화통화료도 많이 나와

하느님 아버지와 대화하는 명상기도의 시간

그 얼마나 마음 설레이며 가슴 떨리는 시간인가

이 생명이 가장 활발하게 타올라 빛나는 순간

명상하기에 시간이 모자라지 시간 죽이기라니

           (2008.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