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눕울자리

조회 수 2471 추천 수 0 2009.09.19 21:55:20
제시카의 환타지월드

 

 마자막 눕울자리

                                                            박영호

여우도 굴이 있고 나는 새도 보금자리 있으나

예수는 머리둘 곳 조차 없이 살다 갔으니

죽을 때 꼭 필요한 눕울자리 조차 없어서

저 끔찍한 십자가 형틀을 눕울자리로 하셨나

몸껍질 벗어던져 버리니 뱀처럼 지혜로움이오

얼로 하느님께 날아돌아가니 비들기처럼 지혜로와

 

궁성도 버리고 옥좌도 버리고 피붙이도 버린 석가

남의 집 대문앞에서 밥 빌어먹기 오십년인가

뭇제자들과 함께 지낸 정사도 여럿 있었것만

작은 쿠쉬나가라 성밖 샤알라 숲 쌍수아래서

제자들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열반에 드셨다

눕울자리 없는 객사라마라 온우주가 내집이라

 

예수석가를 가장 존경한 이십세기 두사람

러시아에 톨스토이와 코리아에 다석 류영모

내집 방안에서 죽기가 너무나 부끄럽고 송구해

집밖 아무데서나 객사하고자 집을 나섰다

톨스토이는 야스타포역장 관사에서 숨을 거두었고

류영모는 산기슭에 쓸어진 것을 경찰이 업고왔다

                        (2009.9.18)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16 생명나무의 열매를 따먹자 관리자 2010-05-02 2173
115 숨지면서 부를 님 관리자 2010-05-24 2171
114 하늘 아버지 참나 낳으시니 관리자 2010-02-23 2170
113 숨.줌.춤의 삶 김병규 2007-08-21 2168
112 사람살이의 그루갈이 관리자 2010-12-19 2161
111 서녘에 해 지듯이.. 김병규 2007-06-20 2140
110 말과 글 관리자 2010-06-21 2138
109 지푸라기 잡고서 관리자 2011-04-26 2125
108 때 바꿔 생각하기(易時思之) 김병규 2007-12-17 2117
107 이 누리 떠날 채비를 관리자 2010-03-20 2114
106 얼굴을 봐야 정이 든다고 관리자 2010-06-21 2110
105 好學하는 구자홍회장 내외 관리자 2010-06-27 2068
104 늙음 찬송 김병규 2007-06-27 2068
103 오늘 김병규 2007-04-25 2046
102 향기로운 삶 김병규 2007-10-10 2030
101 희수 맞은 김재환 길벗 관리자 2011-04-18 2021
100 걸 음 김병규 2007-06-18 2016
99 올해도 저무는데.. [1] 김병규 2007-11-29 2014
98 가장 복된 삶-박영호 운영자 2008-02-13 2000
97 하느님하고 씨름하기 김병규 2007-05-09 199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