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는 길벗에게..

조회 수 2880 추천 수 0 2008.11.19 11:22:56
관리자 *.197.184.158

 

앓는 길벗에게

                                                 

                                                          박영호

 

가볍지 않다는 병을 앓게 됬다는 소식에 놀랐으니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내 다짐이 거짓이었나 몰라

누구나 일생동안 평균 이십년을 앓는다고 하였다

사람은 앓으면서 인생을 알게 된다 하여 알 앓이라

죽을 병을 한번 몹시 앓아보지 않고선 인생을 몰라

그 마음이 길바닥이나 가시밭과 다름이 없어

하느님이 주신 영원한 생명의 씨도 싹터 못자라

이 세상을 아니다라고 깡그리 부정하고 하느님만

그런 내 마음 아프고 안타까움은 어쩐일인가

 

큰 수술 받을 날을 며칠 앞두고서 전화로 하는 말

아차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어려운 수술이라

주치의가 나를 믿고 우리 한번 잘해 보잔다고

남의 말하듯이 여유있게 웃음소리까지 흘리어

앓는 이의 못된 꼴 남 보이기 싫다고 하면서

문병오지 말라 사양아닌 거절을 하였다

삶과 죽음이 하나같다는 말 자주 듣지만 

생사를 초월한 듯한 으젓한 태도에 감동스러워

울고 불고 살려달라고 한들 달랠길도 없거늘

 

연습을 쌓고 쌓은 운동선수가 시합장에 서듯

훈련을 겪고 겪은 나라의 병사가 싸움터로 나가듯

기도로 마음을 닦고 닦은 길벗이 수술실에 가

순 공짜로 받은 목숨이라 하느님의 뜻에 따를 뿐

모든 일 하느님께 맡기고서 하느님 은혜에 감사

몸 삶은 비롯하였으니 언젠가는 마치게 될 것

몸성히 맘놓이 뜻태우를 간절히 바라지만

몸죽어 맘흩어 얼솟나 하느님과 하나되어

비롯 마침없이 길이길이 사오리니 무슨 시름

           (2008.11.1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76 죽음 관리자 2010-05-02 1856
75 이름 김병규 2007-05-25 1848
74 밴댕이 소갈머리 관리자 2012-05-20 1843
73 세상아 그동안 고마웠다. 관리자 2010-08-02 1832
72 죽음은 기쁨 관리자 2010-06-21 1830
71 이 사람을 보라 관리자 2010-09-25 1829
70 두더지의 눈 관리자 2012-06-17 1813
69 빛무리(背光) 관리자 2013-03-17 1793
68 거룩한 침묵의 소리 관리자 2010-07-27 1783
67 삶의 향기 관리자 2010-08-02 1765
66 막사랑 관리자 2010-06-21 1737
65 삶이란 관리자 2010-06-21 1732
64 어질고 슬기론 지순혜(池純惠) 관리자 2011-06-20 1720
63 행복의 미혹 관리자 2012-12-26 1719
62 나라 김병규 2007-11-21 1706
61 넘어 오르리(超越) 관리자 2010-11-20 1702
60 줍고 쓸고 닦자 관리자 2011-05-20 1695
59 참나인 한얼님만을 사랑하리 관리자 2012-11-26 1686
58 통일동산에 올라 [1] 관리자 2011-05-20 1685
57 아픈맘 어이해? 관리자 2012-04-23 167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