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절로 빠졌네(落齒吟)

조회 수 1597 추천 수 0 2011.09.27 13:26:20

 

 

이가 절로 빠졌네(落齒吟)
                                                                                                                                                                    박영호

갈은 이로 일흔해를 넘어 썼네

오래토록 부려 먹었구나

누가 호박엿을 주어 먹고 있는데

이 하나가 엿에 붙어서 떨어졌다

옥수수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또 이 하나가 아프지도 않는데 슬그머니 빠져

옥수수 알에 섞이어 날 찾아 보란다

                                    

날마다 씹어먹기를 이만날도 더 했다

이제 먹거리를 씹어 먹을만큼 먹었으니

제 할 노릇 다 했어라 나무랄 일도 못된다

씹어서 삼킨 것 다 모으면 작은 집채만 하리라

그만 씹고 쉬라는 하늘 뜻 아니리

아는 것 다 주고서 훌쩍 떠나야

올해만 더 살아야지 그 따위 생각은 말자

 

눈 어둬 돋보기 낀지는 오래고

귀 멀어지면 보청기 끼어야하고

이 다 빠지면 틀이라도 해야겠지

거기에 다리 힘 부쳐 지팽이까지 짚으면

무슨 허수아비 꼴불견이라지

오늘 밤이라도 잠든채 깨지 만다면

얼의 나라로 돌아가리니 나먼저 떠나요 안녕!

(2011.9.22 추분)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216 넘어 오르리(超越) 관리자 2010-11-20 1702
215 나라 김병규 2007-11-21 1706
214 행복의 미혹 관리자 2012-12-26 1719
213 어질고 슬기론 지순혜(池純惠) 관리자 2011-06-20 1720
212 삶이란 관리자 2010-06-21 1732
211 막사랑 관리자 2010-06-21 1737
210 삶의 향기 관리자 2010-08-02 1765
209 거룩한 침묵의 소리 관리자 2010-07-27 1783
208 빛무리(背光) 관리자 2013-03-17 1793
207 두더지의 눈 관리자 2012-06-17 1813
206 이 사람을 보라 관리자 2010-09-25 1829
205 죽음은 기쁨 관리자 2010-06-21 1830
204 세상아 그동안 고마웠다. 관리자 2010-08-02 1832
203 밴댕이 소갈머리 관리자 2012-05-20 1843
202 이름 김병규 2007-05-25 1848
201 죽음 관리자 2010-05-02 1856
200 남 죽음이 곧 나 죽음 김병규 2007-07-23 1862
199 이 못난이가 웁니다. 관리자 2010-07-27 1866
198 -제주에서 이틀밤을 묵으며- 관리자 2011-03-27 1872
197 이웃사랑 김병규 2007-11-07 188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