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잚.찲

                                       박영호

① 삶

삶이 얼마나 답답하면 담배를 태울가

삶이 얼마나 고달프면 술마셔 취할가

삶이 얼마나 지루하면 노름에 빠지랴

하루 세끼먹고 날마다 싸는 일도 귀찮거늘

툭하면 나 잘났다 너 못났다 다투기 일 수

남 놀리고 속이고 해치기를 재미삼아 저질러

이런 짓을 날마다 되풀이 하며 살다니 징글쳐

옛님이 남겨놓은 말씀을 읽고 새기며

님들이 사모한 하느님을 나도 그리며 찾아

배고픔도 잊고 늙음도 잊고 나조차 잊어

이웃의 잘못을 용서하고 어려운 이웃 도와

머리둘 곳 없이 나물 먹고 물 마시고 살아도

기쁘고 보람됨이 그 가운데 샘 솟으니

신선이 따로 있나 이렇게 삶이 신선이지

② 잚

사람이 자는건 삼할의 삶세를 내는 거라고

뽑내느라 값비싼 호텔에서 자는 이도 있다지만

오갈 데 없어 지하철 맨바닥에 신문깔고 노숙

아가는 포근한 어머니 품속에 평화롭게 잠자고

술 주정꾼은 길바닥에 쓸어져 세상모르고 자

노름 재미에 밤세우고 대낮에 낮잠 자기도

먹기는 어디서나 먹드래도 잠자리는 가리랬지

낮에 땀흘리며 힘써 일하면 저녁에 단잠

삼독의 욕망덩어리인 제나도 잠들면 죽어져

그래서 밤이면 고요한 평화가 누리에 깃드러

자는 사이 하느님이 주시는 성령이 맘속에 와서

사랑과 슬기의 은혜를 한없이 드리워주시니

잠이 잠이 아니라 얼나의 자람 잚이라

잠자듯 삶이 깬 삶이요 깬삶이 거룩한 삶

③ 찲

참기름조차 가짜라 참참기름 찾고

참보다는 거짓 짝퉁이 판치는 세상

참된 사람 만나기는 더욱 어려워

참을 깨닫기는 죽기보다 더 어렵지

아예 참이란 없다 억지 소리도 해

거짓 밖에 없다면 거짓이 참이지

거짓이 있는 게 참이 있다는 증거

거짓나인 나에겐 참이 참 생명

오로지 참을 찾는 것이 참나의 솟남

삶의 목적이 거짓나에서 참나로 옳김

참은 나서 죽는 낱동에는 없는 것이라

참인 얼이 가득찬 빈탕한데 하느님

얼로 가득 참이 찲 참 참님에게로

계심은 참님밖에 없는데 참이 없다니

다석일지 1959.2.17

삶.잚.찲이라 써놓고 成就취라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