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께서 사시던 옛터골(구기동)을 찾아보니

조회 수 3904 추천 수 0 2008.05.29 16:53:50
운영자 *.197.172.247
솟날 나이

 

스승님께서 사시던

옛터골(구기동)을 찾아보니

박영호

 

스승님께 가르침 받던 그때를 그리며

사십륙년 반생동안 머무시던 옛터골을

스승님 뵌적 없는 뜻벗과 함께 찾아보니

눈에 익은 옛집은 간곳없고 비봉만이 반겨

스승님 손수 가리켜 주시던 구멍만한 대남문

왼켠은 보현봉 오른켠은 문수암있는 문수봉

문수 보현 거느리던 샤카 붓다님은 그 어디에

하늘에 흰구름만이 생각없이 흘러간다

 

책상으로 만리장성 쌓아 혼인 매듭 풀고

숨지기 전 이미 널위에 앉아 말씀하시어

그 모습 다시 뵐길없어 발길 돌려 오는데

긴 골목 끝까지 냄내주시던 발자욱소리

멈추어 서시며 잘가시오 던지시던 소리

들리는 것 같아 가던길 멈춰 돌아다 봐

낯선 곳이 되어버린 옛터골만 눈앞에

옛모습 그대로 남겨두는 곳도 있어야지만

 

스승님께서 자주 힘줘 하시었던 말씀

산다는 것도 죽는다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여

이 세상 산다는 건 꿈꾸는 일에 지나잖아

스승님과의 진실한 만남조차 꿈인 것을

오늘 옛터골을 찾은 것도 또한 꿈이어늘

스승님은 얼나로 내맘속에 분명 계시지

옛터골 찾은 일이 어리석은 짓이었나

이제 이 나도 부질없는 꿈에서 깨고 싶어

 

(2008.5.25)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76 싫어지지 않는 님 file 관리자 2008-11-28 2875
75 앓는 길벗에게.. file 관리자 2008-11-19 2880
74 겨울 나목(裸木)--박영호 운영자 2007-01-02 2885
73 나의 기도 - 박 영호 운영자 2007-02-26 2886
72 깨달음 file 관리자 2009-02-18 2887
71 설악산에 오르니 관리자 2009-03-04 2894
70 재미 아닌 의미로 file 관리자 2008-09-17 2900
69 인삼(人蔘)먹기 file 관리자 2009-05-20 2903
68 시간 죽이기라니 관리자 2008-11-12 2929
67 방귀소리 운영자 2007-03-19 2935
66 없을 때 잘해 관리자 2009-01-02 2936
65 목사 림낙경 운영자 2008-05-25 2947
64 신을 벗으라(출애굽 3:5) - 박 영호 운영자 2007-02-26 2958
63 미리 채비하자 관리자 2008-10-23 2976
62 유성 - 박 영호 운영자 2007-02-26 2991
61 깝살리지 말자 관리자 2008-10-23 3022
60 南海 윤우정--박영호 김병규 2006-11-18 3028
59 예수의 골방기도 - 박영호 운영자 2007-02-26 3036
58 好學 관리자 2009-07-01 3039
57 밝아오는 새벽 - 박영호 file 운영자 2006-01-02 30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