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아 그동안 고마웠다.

조회 수 1832 추천 수 0 2010.08.02 09:13:43
괴롭고 어려운 삶

 

세상아 그 동안 고마웠다

                                                            박영호

가난과 서름과 아픔속에서

아둥바둥 힘겹게 살아온 일생

언젠가는 내가 죽는 것을 잊지 않았으나

이미 기울어진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

더 늦기전에 헤어질 인사를 해야지

세상아 그 동안 참으로 고마웠다

나는 떠나가리 잘 있거라

 

이 세상에 처음 눈 떴을 때

모든 게 낯설고 모르는 것 뿐

때로는 호기심도 일었지만

폭풍우 속에 바들바들 떠는 참새 꼴

두려움에 놀라고 어려움에 울었다

내가 잘 났다며 겨루고 다투는 삶

어느새 나도 그 속에 끼어들어

살아남으려 안간힘 쓰기도

스스로 돌이켜보아도 역겨워

이렇게 살바엔 차라리 죽자는 생각도 그 몇 번

 

고약한 짐승살이 이어갈건가?

덧덧잖은 삶 버릴 것인가?

고민에 빠져 허우적일 때

앞서간 이들의 겪고 느낀 말씀이 고맙게도

삶의 방향을 하느님께로 바꾸도록 이끌어주었다

짐승성질 줄이거나 떼어 버리고

하느님의 아들의 길 익혀가니

고달픈 삶에도 보람을 얻고

쓰디쓴 삶에서 단 맛을 알 게 되었다

하느님이 저로 해서 환빛을 받으시고

하느님도 저로해서 환빛을 저에게 주심(요한13:31~32)

 

하느님 아들인 얼나로 솟나며

이 세상을 허물 벗듯 벗어 버리고

하느님아버지께로 돌아가리니

하늘위로 날아오르며 이 세상을 굽어보니

싫고 싫던 이 세상이

참나가 자라난 요람이었고

하느님 아들 노릇을 익히는 배움터였고나

세상아 참으로 고마웠다

세상아 잘 있거라 나는 떠나간다

다시 못올 길을 기쁨으로 영원히 떠난다

 

(2010.7.28)

희수 생일날에

*환빛:영광(榮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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