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저절로 빠졌다

조회 수 2335 추천 수 0 2009.12.21 10:37:57

 

이가 저절로 빠졌다.

                                                                박영호

 

나이에도 이가 들고 연치(年齒)에도 이치자가 있다

이를 보면 그 사람의 나이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음이라

이를 닦다가 흔들리던 이가 저절로 빠져버렸다

다물어도 잇바디에 남대문이 열린듯 구멍이 뚤려

주름진 얼굴에 이조차 빠져 하회탈 꼴이로다

죽을 준비는 다 되어 있는가 다시 살펴지게 된다.

 

 

빠진 송곳이를 만져보니 이른 살 넘은 삶이 뵌다

어릴 때 이가 빠지면 새 이가 돋아 이갈이라

이제는 새로 날 이도 없지 인공이라도 해 넣으랴

스리랑카엔 불치(佛齒)사라는 절이 있다는데

붓다정신을 받들어야지 이를 받들어 뭘해

이 땅에서 먹고사는 짐승살이 끝날 때가 되간다.

 

 

다석스승님은 여든 살 때 이가 거의 다 빠졌다.

갖난 아기의 입안처럼 합죽이 모습을 보였다

옛날이라 어머니께 틀이를 못해 드렸다며

자신도 틀이를 하지 않겠다 굳이 사양했다.

이 빠진 호랑이는 무섭잖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빠진 성자의 모습에는 진리의 위엄이 넘쳐

(2009.12.12)

                    

 

 

   
엮인글 :

박영찬

2009.12.28 12:52:47
*.90.101.16

선생님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셔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276 박선생님 팔순 모임 기념 시등 file 관리자 2013-07-23 76017
275 님을 사랑하리라 - 박영호 운영자 2006-05-29 32342
274 이런 일도 있구나 [1] 관리자 2013-04-21 18581
273 고독사(孤獨死) 운영자 2008-06-13 13276
272 대왕 금강송 관리자 2013-11-27 7783
271 마지막 사랑 file [3] 관리자 2008-10-01 7513
270 톨스토이와 유영모 [4] 관리자 2008-08-21 7314
269 시골교회소개-임락경목사 김병규 2004-05-05 6179
268 네잎크로바 운영자 2008-06-11 5148
267 무덤 치레 말자. 관리자 2013-12-01 5061
266 아들아 미안하다. [1] 관리자 2008-07-20 5052
265 밑 닦기 관리자 2008-07-11 4970
264 기도할 수 있는 건 더 없는 은총 관리자 2013-11-17 4936
263 한 마음 관리자 2008-07-11 4832
262 촛불 관리자 2008-07-11 4648
261 하늘 여신 등걸(단군)님 관리자 2013-10-28 4582
260 참을 아는 길벗 김병규 관리자 2013-11-17 4433
259 없애야 할 더러운 제나 관리자 2008-07-20 4399
258 예수와 석가가 아주 좋아 관리자 2013-10-28 4397
257 모두가 낯설어 나조차 낯설어 관리자 2014-01-21 43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