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조회 수 3110 추천 수 0 2008.08.12 15:04:00
관리자 *.197.172.247



                            마침내

                                                           박영호

   나이 차 다니던 일터를 그만두게 돼도
   시원 섭섭하기가 말로 할 수 없다던데
   근심덩어리 몸버리고 떠나니 홀가분하여라

   헌신발처럼 버린다는 속담도 있지만
   일생 끌고 다니던 몸뚱이를 버리는 마당에
   재활용이라도 쓸 수 있을가 뒤적여보랴

   안보고는 못견디리만큼 그리운 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 세상엔 없는 듯
   아버지 되시는 하느님만 너무너무 그리워

   이 세상에 올 땐 멋모르고 왔었지만
   떠날 때는 하느님 아버지 알고 떠나게 되
   두 눈가에 맺힌 차가운 이슬 고마움의 진주

   일생 사는 동안 삶터 옮기기 그 몇번
   다 헤아려 보기에도  어렵게 여러번
   하느님 나라에는 이사 다니는 일 없겠지

   나 나오기 전에 이 세상 잘 돌아갔고
   나 떠난 뒤에도 아무일 없이 돌아가리니
   나 죽는다고 큰 일처럼 호들갑 떨건가

   사는 동안 재미있는 일 무척 찾았지
   겪어보니 재미없고 시시하기만 해
   속아 산 일생이거늘 뭐가 그리 아쉬워

   나와 알고 지낸이 모르고 지낸이 모두께
   아무런 섭섭함도 맺힌 마음 없나니
   이 누리에 함께 한 일 꿈이라고만 하기엔

   이 몸이 식어져 불꽃속 살라져 버리면
   연기로 사라지고 뼈는 흙으로 돌아가리
   하느님을 무척 그리다가 간이라 알아주길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가리
   이렇게 귀거래서를 읊으며 기도하니
   이미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긴듯 편안해
       (2008.8.1)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276 박선생님 팔순 모임 기념 시등 file 관리자 2013-07-23 76018
275 님을 사랑하리라 - 박영호 운영자 2006-05-29 32342
274 이런 일도 있구나 [1] 관리자 2013-04-21 18581
273 고독사(孤獨死) 운영자 2008-06-13 13278
272 대왕 금강송 관리자 2013-11-27 7783
271 마지막 사랑 file [3] 관리자 2008-10-01 7513
270 톨스토이와 유영모 [4] 관리자 2008-08-21 7314
269 시골교회소개-임락경목사 김병규 2004-05-05 6182
268 네잎크로바 운영자 2008-06-11 5148
267 무덤 치레 말자. 관리자 2013-12-01 5061
266 아들아 미안하다. [1] 관리자 2008-07-20 5052
265 밑 닦기 관리자 2008-07-11 4970
264 기도할 수 있는 건 더 없는 은총 관리자 2013-11-17 4936
263 한 마음 관리자 2008-07-11 4832
262 촛불 관리자 2008-07-11 4648
261 하늘 여신 등걸(단군)님 관리자 2013-10-28 4583
260 참을 아는 길벗 김병규 관리자 2013-11-17 4434
259 없애야 할 더러운 제나 관리자 2008-07-20 4399
258 예수와 석가가 아주 좋아 관리자 2013-10-28 4397
257 모두가 낯설어 나조차 낯설어 관리자 2014-01-21 43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