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0629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http://kr.blog.yahoo.com/dhuta2000

            

ㅇㅇㅇ


      계룡산 갑사甲寺에서 만난 여인女人


ㅇㅇㅇ





처음 가보는 산줄기의 산책散策은 즐겁고 보람된 시간들을 가져다 준다.. 그 날 하산하여 갑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이였다.. 1시간 후에나 오는 유성행 버스를 기다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여기 저기 풍물과 사람들을 구경하며 기웃거렸다.. 계룡갑사 일주문을 내려서면 작은 다리가 하나 있고.. 그 다리 입구에서 땅 바닥에 난전으로 싱싱한 나물을 펼쳐놓고 파는 할머니가 한 분 나의 눈에 들어왔다..

대체로 큰 사찰의 입구 길가에서 주변의 산골에서 캐 온 나물을 파는 노전의 할머니를 자주 만날 수 있는 데.. 여기 갑사에서 만난 할머니는 백발이 성성하여 얼핏 보기에도 족히 연세가 칠십여 세는 되어 보이는 노파였다.. 여인의 얼굴은 그야말로 주름살이 많이 져 있어 평생의 삶의 고단함이 촉촉하게 배어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나는 그 할머니의 인상을 한 장면 휴대폰 사진으로 남겨 보고자하는 욕심을 가지고 노파 앞에  마주 않았다..


-  할머니 !.. 이게 무슨 나물이에요..??

-  머구나물이야... 머구..

-  저 건 요...??

-  신 냉 이....

-  이 나물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는 거지요...??

- 약한 불에 살짝 대처서.. 이것저것 양념 넣고 무쳐서 먹으면 되지..   손님, 한 묶음 팔아주시구려..  점심도 먹어야 하고 담배도 떨어지고 .. 아직 ‘맛수’도 못 했어.. 할머니는 울상이다... 마음이 애처로워 진다..

- 할머니 ,, 제가 담배 한 대 드릴께요.....

할머니에게 담배 불을 붙여 드리고..  나도 그 덕분에 한 대 피워 문다.... 할머니 얼굴에 화색이 피고 미소가 떠 오른다....

-  할머니 .. 이거 한 봉지를  얼마에 팔아요... ??

-  요건..  한 봉지에 2000원..  저 건.. 1000원에 팔지..

-  네... 그럼 이것 한 소쿠리 담아 주시고  저것도 한 소쿠리 담아 주세요..

-  응.. 젊은이...고맙구랴...!!  하시며 검은 봉지에 나물을 담으신다..








-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얼마예요...??

-  나... 올해 여든이야...팔십이 넘었어...

-  아드님은 안 계세요..??.. 왜 이렇게 고생하며 사세요..??..

-  아들놈은 지금 정신병원에 있어..!!.. 다..내  잘못이지..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죄가 많아서 아들이 병원에서..고생하고 있어...

하시며 깊은 한 숨을 쉬고는 울상이 되신다...  할머니가 무얼 잘못했다는 것인지..그 속 내막을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냥  할머니는 자기 잘못이라고.. 자기가 죄가 많다고... 자신이 못난 탓이라고만  하신다...






-  할머니..할아버지는 안 계세요..??..

-  우리 영감은 집에 있어.. 하루 종일 산에서 나물 캐러 다니지.. 그래야 내가 여기 나와서 나물 팔아 하루하루 먹고살지..

하시며 할머니는 각각으로 나물을 담으신 두 개의 비닐봉지를 나에게 건낸다.. 나는 나물 값을 건네준다.. 그리고 할머니의 얼굴을 한 장 찍어 둔다...한편 부끄러운 마음으로.. 또는 고마운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애처로운 마음으로...

-  할머니..그럼  많이 파세요.....

-  총각...  고마워....

계룡산 갑사인지.. 공주 갑사인지... 갑사는 좋은 터에 자리 잡은 사찰인 것 같다... 동학사보다 교통이 조금 불편한 점은 있으나.. 주의의 터가 넓고 평평하여 넉넉한 남성의 가슴 같은 느낌을 준다.. 반면에 동학사는 깊은 골과 높은 산의 아늑한 중턱에 숨은 듯이 자리잡아 범인凡人이 함부로 범접犯接할 수 없는 고귀한 여성 같은 느낌을 준다..

동학사에서는 삼성각 안에서 낭낭하게 염불하는 비구니를 만나고 갑사에서는 다리 옆에서 나물 파는 노파를 만났는 데.... 한 세상 살아가는 것은 두 여인이 다 같아도 먹고사는 방법은 다르고 그리하여 생사의 갈림 길도 다르다.. 출세의 길과 속세의 길이여.. 무엇이 그대를 그토록 가슴아프게 하였는가.... 그리고 나는 왜 노파에게 더 정분情紛이 가는 것일까...


노파일등老婆一燈이라 하였던가.....

두고두고 노파의 말 한 마디가 오늘도 심중心中에 불을 지른다..

모두가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야...

내가 죄가 많아서 아들을 고생시키고 있어.....


ㅇㅇㅇ



   
  • ?
    김병규 2006.11.08 23:31
    안녕하세요..최봉학님 ..들려주시고 좋은 글도 올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대구에 살고 계시군요..
    저도 계룡산으로 해서 갑사로 넘어갔던 기억이 나네요..저하고는 연배도 비슷하군요..글을 읽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자주 들려 주시고 좋은 글도 올려주세요..반갑습니다..환영합니다..ㅎㅎ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5 진정한 두려움 이란 ? 나효임 2006.03.15 5511
504 진안 행 - 참 편안히 다님 홀가분 2012.08.21 34898
503 진리와 이념 김진웅 2007.04.05 5972
502 직불제와 파퓨리즘..? 1 김진웅 2008.10.17 11678
501 지혜를 어둡게하는것 1 나효임 2006.04.10 5553
500 지혜를 밝히는 것 나효임 2006.04.12 5171
499 지혜 나효임 2006.03.16 5187
498 지진과 해일의 참담함을 보며.. 나효임 2006.03.22 5334
497 지복 민항식 2006.01.19 5557
496 지난천평 地亂 天平 1 정성국 2009.01.01 10930
495 지금 여기(2) 민항식 2006.02.18 4876
494 지금 여기(1) 민항식 2006.01.12 5243
493 즐거워지는 법 1 이영미 2011.09.28 17376
492 중학생이 쓴 글 하나.. 정유철 2008.07.04 12433
491 중도 나효임 2006.03.15 5286
490 줄곧 뚫림(중용) 1월(章) 박영찬 2009.01.21 10597
489 줄곧 뚫림 1 차태영 2007.06.28 6669
488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별의 과정이란 걸 깨달았죠 관리자 2009.05.14 11889
487 죽음공부가 참 사는 길- 박영호 2 박영찬 2015.10.10 1434
486 죽엄앞에 서서-2015-1-15 4 수복 2015.04.28 90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9 Next
/ 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