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7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돌이 워낙 많은 곳이어서 마당도 돌로 깔아 놓았는데, 내린 눈을 다치지 않고 두었더니 점점 부드러워 보인다.

올 사람도, 볼 사람도 없고.....

툇마루에 혼자 앉아 오후 햇살에 녹는 마당의 눈을 ........

바라본다.

지금은 다 녹았겠지....

그때와는 또 다른 눈이 덮고 있을지......

 


 

 


 

 

그믐에 들어와 달이 저만큼 컸다. 

쏟아지는 겨울 별빛을 밀어내는게 아쉽겠다 했는데,

한 밤중 달빛 그윽한 눈밭,

포근하고 -  고요하다. 

 ........

 

추운 겨울 밤,

마당에 홀로 서서....

.........

있는 듯, 없는 듯 -

달빛의 따스함.

 

 

 

 

 

 

 

 

 


 

 

아침 햇살과 억새.

나는 이리로,

너는 저리로.

좁은 땅 위에서도 지향하는 곳 다르지만,

결국은 모두

땅을 향하는구나.

 

 

 

 

 


 

 

 

땅거미 무렵.....

오른쪽 능선의 어둠 -  저 깊은 어둠.....

 

어릴 적 서녘 하늘에 지는 해를, 오랜 만에 그 석양의 서녘하늘을 가슴에 받았다.

점점 크게 밀려오는 어둠이 어린 가슴에 가득 차올랐지......

그 하늘을, 그 산을 넘는 아린 슬픔이

오늘의 산을 넘는구나.
 

 


 

 

밤은 그렇게.....

그렇게 가고.....

 

성애 낀 유리창 밖으로 새 햇살 퍼져온다.

 

작은 새들의 맑고 밝은 지저귐.

그리고  고요함.......

 -

맑은 아침.

 

 

 

 


 

어느 날 저녁 식사.

은박지에 감자와 양파 등을 싸서 아궁이 장작불 밑의 재 속에 넣어 익힌다.

 

배고플 때만 먹으니, 모든 게 다 맛있다.

그런데 먹다 보면 '먹어야 하나, 그래야 했나-'는 생각 든다.

 

사람은 누구와 같이 먹어도 자기 숟가락으로 자기 입에 넣어 자기 목으로 넘기는 혼자만의 일이기도 하다.

 

 

 

 


 

 

 '달을 어루만지는 산 속 집' 무월산방이라는 이름의 집.

앞쪽의 큰 창문이 있는 방에서 한달을 보냈다.

매일 찬물 목욕하고 수건들고 마당에 나와 물기를 닦았다.

 

방은 두개, 한개, 두개로 나뉘어 있고, 부엌도 세 개. 

취사, 취침 도구가 갖춰져 있고, 비용은 일박에 십만원, 십만원, 십이만원이라고 한다.

방이 다섯 개여서 이삼십 명이 잘 수 있다.

주변에는 백운계곡, 광덕계곡이 있고, 조금 멀리 파로호, 춘천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사람 없는 산길, 차 없는 찻길이 많다.

 

 

 

 

 

오기 전날 이 집에서 이십여 미터 떨어진 비탈에서 캔 칡.

오른쪽 굵은 뿌리는 바위 틈을 지나며 자랐다.

말려서 끓인 차가 구수하고, 뒷맛이 은근하게 달면서도 개운하다.

 

 


 

 

작은 창으로 본 설경.

매일 이 창에서 이불을 털었다.

 

마당엔 고라니 발자국이 찍혀있다.

고라니와 서로 눈 마주치고, 화들짝 놀라며, 한밤중에 그 우는 소리가 잠깨기도 한다.

참다가 참다가, 옷입고 나와 삽을 돌에 내리쳐 쫓아보내기도 한다.

 

 

 

이태백이 말한 별유천지 비인간이란 구절이 조금은 떠오르는 곳.

 

 

 

푸른 산에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대답 없이 그냥 웃을 뿐, 마음은 그저 한가하오.
복숭아꽃 물따라 두둥실 떠가는 곳,
하늘과 땅이 있긴 하나, 인간 세상은 아니라네.

 

問余何意棲碧山         문여하의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 감응(感應) 민항식 2014.12.31 1413
        83 감사드립니다. 하루 2013.11.15 4710
        82 갈릴리성서학당(김경재목사님) 김나미 2009.08.26 11183
        81 갈라디아서6 16~26 육체(몸둥이)의 일과 성령(얼)의 열매 1 홀가분 2012.12.23 42111
        80 간디의 '노력없는 부(富)' 장동만 2005.04.11 4950
        79 가을 소견 1 수복 2015.09.14 774
        78 가을 나들이 일정확정 고지 ( 2015년 11월 7일) 박영찬 2015.10.22 838
        77 가온찍기「·」 1 민항식 2015.12.18 1256
        76 가온찍기-김흡영-2014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선정 file 관리자 2014.06.07 4482
        75 碩鼠(석서-큰쥐) - 매월당 김시습 1 옹달샘 2011.02.06 21394
        74 無言의 느낌 1 나효임 2006.05.01 6543
        73 死生 (終始) 죽음뿐, 마칠뿐 홀가분 2011.06.16 15543
        72 新年詩 < 환호작약의 순간 > -도우님들과 힘찬 새해 시작하고픈 마음 담아봅니다. 별 꽃 허공 2011.02.02 27472
        71 撫月山房에서....... 민원식 2008.02.26 9556
        » 撫月 무월- 달을 어루만짐. 민원식 2008.02.26 8767
        69 惟命 2 박우행 2016.09.07 2742
        68 安重根的大丈夫歌 이기철 2016.04.25 939
        67 多夕语录 다석 어록 1 이기철 2016.04.23 1291
        66 多夕 홀가분 2011.09.22 10080
        65 哈尔滨 妙香 1 이기철 2016.04.23 1215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Next
        / 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