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4048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눈을 감고 들여다보네. 바람이 얼마나 많은 숨결로 이루어졌는지. 눈을 감고 들여다보네, 어둠이 얼마나 많은 빛깔로 이루어졌는지. 눈을 감고 들여다보네. 삶이 얼마나 많은 길들로 이루어졌는지.>>

      어느 모임에서 들은 시 입니다. 한 순간도 쉬지 않는 내 숨결을 잘 가다듬으라는 말로 받아 듭니다. 해발 이천사백미터가 넘는 산길을 하염없이 걷던 때가 생각납니다. 아르헨티나의 꼬르도바 라는 곳, 차들만 간혹 다닐 뿐, 사람은 거의 볼 수 없는 길을 여러 날 걸었습니다. 왼발 딛고 오른발 딛고, 오른발, 다음에는 왼발, ..... 그리고 또 오른발....... 차곡차곡 - 지난 일을 정리하듯이, 하루를 걷고, 나흘을 걷고....... 다리만 그저 산길을 엇갈릴 뿐, 몸은 산천에 떠가는 듯하고 마음도 부는 바람입니다.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 ..... 머물기도 합니다. 마음은 어디를 거쳐서 여기 앉았을까요? 홀로 걷던 그 빈 산들은 - 다 어디 갔나요? 어느 날, 밤이 깊어 - 그 산에 한 발을 들입니다. 벽지 너머 펼쳐진 빈 산을..... 울렁이는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 발바닥 머무는 곳에 마음 두라는 말도 떠올리면서, 마음에 두었던 아련한 빈 산을 그립니다. 빈 산을 그리는 한 여름 밤, 한 줄기 실바람이 산들 - 방충망을 넘나듭니다. ....... ....... 아아, 그 때 그 빈 산에 불던 바람들을- 이제 실바람으로 맞습니다. 내 가슴 가득히 오가는 이 숨결은 어느 가슴에 머물다 비운 것일까요? 당신 숨결이 내 숨결입니다. 나는 당신입니다. 나는 빈 산입니다. 나는 울렁이는 그리움입니다. 나는 빈 산을 떠돌다, 방충망 사이를 오가고 한 때는 숨결이었던 - ..... - 바람입니다. 한 줄기 바람이 한 줄기 바람에게 한 줄기 바람을 보냅니다.
   
  • ?
    박영찬 2007.08.27 12:39
    민원식님....좋은 시입니다....무더위에 잘지내시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4 심도학사-2012년 상반기 프로그램 관리자 2012.01.31 56106
343 심도학사 다석사상 강좌 안내 3 file 관리자 2011.06.25 17666
342 심도학사 개원식에 다녀왔습니다... file 관리자 2011.06.20 16969
» 실바람 속에 빈산이 가득하네요. 1 민원식 2007.08.26 14048
340 신화를 벗은 예수-한겨레신문(2009.12.5) 2 관리자 2009.12.08 19635
339 신앙에 유익한 기독 싸이트 소개합니다 김은혜 2004.06.17 12388
338 신발 김진웅 2007.06.09 5672
337 신록의 계절 5월이 가고 있습니다 - 모두 평안하시기를... 가을국화 2009.05.26 11513
336 신년 2011 년 1월 1일 - 박영호 선생님 댁 방문 관리자 2010.12.19 20537
335 시한수 남기고 하늘로 간 노숙시인.. 관리자 2010.06.21 11722
334 시조5 관리자 2014.05.02 4533
333 시조4 관리자 2014.05.02 4510
332 시조3 관리자 2014.05.02 4458
331 시조2 관리자 2014.05.02 4360
330 시조1-원용강 관리자 2014.05.02 4349
329 스쳐가는 거울 한 조각..... 1 민원식 2009.04.23 10093
328 스승님의 파사일에 대한 글을 접하고 김성언 2008.09.21 10681
327 수암 칼럼 박영찬 2016.06.24 1233
326 수리봉 산행(2004.9.16) 今命 2004.09.23 10296
325 수리봉 산행(2004.9.12) 今命 2004.09.15 11012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29 Next
/ 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