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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 중 통 곡 / 谷 中 通 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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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소리 없이 겨울비가 내린다.. 부슬부슬 내리는 겨울비는 운동장에 내리고 수많은 집의 지붕위에 내리고 동네 뒷산에도 내린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도 내린다.. 비는 내려도 흘러가지 않는다.. 시간은 흘러가도 내리는 비는 내 마음 속에 고여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하늘은 흐리고 날은 추워지고 친구들은 떠나가고 산은 젖으면서 비는 내린다...새들도 날지 않고 꽃들도 피지 않으며 이제 여인들은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비는 우울하다.. 우울한 비가 내린다...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잊혀지지 않는 영화 중에 엑소시스트[EXORCIST]라는 작품이 있다.. 겨울 날.. 안개 낀 런던의 이른 새벽.. 어느 넓은 운동장을 한 사나이가 숨이 차도록 이마에 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고 있다.. 입에서 하얀 입김이 연기처럼 뿜어 나온다.. 아마도 체력단련을 위한 새벽 운동-죠깅을 하는 것이리라.. 그는 중년의 미남이며 신앙과 의지가 굳으며 눈이 강렬하게 빛나고 강철 같은 체력과 정신을 지닌 기독교 신부이다.. 그 자리에 한 늙은 신부가 찾아온다.. 불행의 시작이다..

그리스도의 신과 악령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메린’신부는 인간이다.. 육체를 가진 한 연약한 인간일 뿐이다.. 악령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하나의 정신이다.. 악령은 작고 어여쁜 여자아이- 아름다운 인간 소녀의 육체에 숨어들어 선하고 착한 인간을 파멸시키려 한다.. 신부는 신의 이름으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녀를 구하려고 전력을 다한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는 역 부족이다.. 마침내 소녀를 구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악령을 끌어안고 높은 집의 창문을 뛰쳐나와 악령과 함께 죽는 길 뿐......신부는 죽고 소녀는 살아난다..... 악령은 사라지고 다시 평온한 하루가 시작된다..

인간이 사는 문명사회에서 가장 거룩한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희생과 봉사가 아닐까... 자신의 행복이 아니라 타인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의 전부를 바치는 것...세상의 선善함을 위하여 그것을 부수는 악惡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 정의正義를 위하여 자신의 전부를 아낌없이 불태우는 것 .. 진리眞理를 위하여 속세의 욕망을 미련 없이 버리는 것.. 어떤 이는 그것을 사랑이라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비라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희생이라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바보 같은 짓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희생犧牲에는 용기勇氣가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마음은 있지만 누구나가 다 용기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희생과 용기는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신神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내리는 신의 은총의 선물이다.. 누구라도 용기를 가지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가 다 용기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연약하고 간사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착하고 선한 사람으로 살기를 고대하지만 손과 발은 이미 악마의 명령에 움직이고 있다.. 그는 희생양犧牲洋으로 사라졌다.. 사람들은 두고두고 그의 행적을 기린다..신과 인간과 악령의 묘한 삼각관계여......

우리들은 흔히 말한다.. “미친개를 보면 돌아가라”고.. 우리들은 흔히 말한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더러워서 피하지..”  이 말은 일면의 진리만을 말하는 것일 뿐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사람 사는 동네에 미친개가 있다면 피 할 것이 아니라 맞서서 싸울 수도 있어야 한다.. 올바로 가는 길의 한 가운데에 더러운 똥이 있다면 스스로 그것을 치우고 가는 지혜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그래야만이 세상이 평화롭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세상엔 제 스스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 많아도

지식과 권세와 부귀와 영화를 누리는 자 많아도

악령과 대적하여 이길 수 있는 자 하나도 없으니  

오직 신의 길을 가는 자 만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ㅇㅇㅇ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12-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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