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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남대문이었다면..

숭례문이 불타 무너져 내렸다고 어떤 이는 분노하고 어떤 이는 눈물짓고, 또 어떤 이는 엎드려 조화를 놓고 길바닥에서 절을 하며 죄를 빌고 있다. 왜 그럴까? 국보 1호라는 명칭 때문에 그럴까? 아님 600년 동안 견뎌온 귀한 목조 건물이라서 그럴까? 민족의 자존심이 무너졌다고도 하는데 언제 우리가 숭례문에 자존심까지 걸고 살아온 적이 있었던 것일까?
숭례문이 무너지고 있는 소식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지만, ‘이 땅에 이미 예(禮)가 무너졌는데 숭례문인들 무너지지 않겠는가’는 길벗의 말이 귓전에 울려 숭례문이 불 타 무너진 일을 두고 한 참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차라리 그냥 남대문이었다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이유도 이래서다.

숭례문이 불타 무너진 것을 두고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문화재청과 서울시, 소방방재청은 물론, 숭례문 개방을 주도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까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그의 모든 정책에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는 소위 견강부회(牽强附會)하려는 여론도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경제만을 화두로 삼고 있는 이명박의 정책 노선을 지지하고 박수 보내는 처지는 아니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과정에 찬성하고 말없이 참여하였으면 결과도 함께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분노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보자는 얘기다.  

사회에 불만이 가득하여 뭔가 보복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개방, 관리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사방에 관리하는 사람이 주야로 근무를 했다면 하고 생각하겠지만, 그러나 바라보기만 해도 자랑스럽고 가슴 뭉클한 문화재에 불을 지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어쩌면 비상식이라 할 것이다. 그런 일이 600년 만에 1번 일어난 것이다. 6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 일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서울시와 문화재청에 돌파매질을 한다면 이는 너무 자기편의 생각 아니겠는가. 결과론으로 문제를 풀어가려하면 숭례문이 불탄 그 본질은 외면되고 국민 정서에 순응하는 화풀이식 단죄와 쓸데없는 정쟁으로 국력만 소모 될 것 같기에 하는 소리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결과를 두고 한 마디씩 얘기하기는 싶다. 주식 시세 분석하듯 말이다.

나는 숭례문이 무너진 본질을 600년 동안 조금씩 무너져 내려온 예(禮)에서 그 본질을 찾아보고 싶다. 건물이야 새로 복원하면 된다. 유럽의 모든 건축물들도 천년, 이천년 하고 얘기하지만 그 원형이 아니지 않는가! 물론 숭례문도 그 원형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벌써 세 차례인가 보수를 하지 않았던가! 거기에 깃든 얼을 살리는 것이 무너진 건물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복원할 숭례문을 두고 국보 1호 지정을 유지할 것인지 해제할 것인지를 벌써 얘기하는 모양인데 이도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숭례문은 유교에서 말하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본떠 숭례문이라 했는데 음양오행 차원에서 남쪽에 위치해 있기에 또는 일제가 강제로 남대문이라 했다가 다시 숭례문으로 고쳐 불렸다고도 한다.
도대체 예(禮)란 무엇인가? 동양학에서 구분하는 체(體)와 용(用)중에서 체에 해당되는 말이다. 그러니까 기본 마음자리라고 보면 될 것이다.
禮 !  사전에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할 의칙(儀則)’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너무 막연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 ‘예’하는 긍정의 마음
- 스스로 낮추려는 마음
- 부끄러워하는 마음
- 겸손한 마음                    禮  
- 용서를 비는 마음
- 양보하려는 마음

들이 있어야 예(禮)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를 통틀어 한 마디로 이끌어낸다면 ‘내가 없는 마음’이 있어야 예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 과연 이러한 마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어리석은 질문이 될지 모르겠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가르치고 보여주는 교육에서 명실상부한 예의 모습은 남아있는가? 예를 살리는 교육을 그 동안 우리는 해 왔는가를 반성해 보고 싶은 것이다. 남 보다 앞서야하고 높이 오르는 입신양명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되고 있는 이 삶에서, 또한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던 예에서, 진정으로 예가 지향하는 모습이 우리 삶에 과연 존재해 왔는가 말이다. 무너진 숭례문 건물만 안타까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무너져 내린 예도 함께 안타깝게 생각해 봐야 되지 않겠는가!
행여 이 나라 씨들에게 무너져 보이지 않는 예를 되살려 주시기 위해 불인(不仁)하신 하늘이 우리에게 보이신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숭례문은 다시 살아나야 한다. 건물만이 아니다. 정신도 함께 살아나야한다.
숭례문이 불타 무너진 것을 진실로 가슴 아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 예를 한 번 생각해보자. 아름다운 사회란 너 나를 탓하는 사회가 아닌 아픔을 함께하는 예가 살아있는 사회일 것이다.
문화재 관리를 더 잘 하는 것도 중요하고 책임자를 가려내 벌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건 보이지 않는 숭례문의 정신을 복원하는 일이다. 이는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함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예를 실천하는 삶에서 그 정신을 복원하여야 숭례문 원래의 모습을 살려내는 일이리라. 아픔을 딛고 새로 웅장하게 선 숭례문이 이 나라 씨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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