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31 03:42

"늘 세상에 있었지."

조회 수 111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태어난 게 아니야.'

그날 나는-

산도(産道)로 머릴 돌렸어.

내 힘으로 돌았어도, 내 뜻만은 아니었지.

40억년의 추억을,

수정체와 물고기, 파충류와 원숭이를 거치면서

미끌미끌한-

바다를 꿈꾸던 때였어!


깊은 바닷물에 콱! 처박히듯,

1기압, 

무거운 세계로, 무서운 세계로,

떨어졌어!

견딜 수 없었어!

견딜 수 없었어!

견딜 수밖에 없었지.......


이렇게 작다니- 세상!

세 푼(三分, 3%)의 소금물, 한 움큼 양수였구나.

18251  = 50*365+1

어머니를 먹고 살았다. 지금도-

젖 먹고, 살점 먹고, 뼈까지 부셔 먹고-

-그 정신도 먹으려 보챈다.

 

광대한 바다,

흔들리는 수면 아래서,

찬란히 빛나는 해를 올려본다.

목 타고, 배 고파!

오로지 오롯한 흠모!

수면 위 올라, 햇살에 녹아들기를...

벗어날 필요 없는 허공, 무변허공(無邊虛空)으로.......




한 겨울 대지 위에,

오로지 꽃 하나만 위한 꽃,

가녀린 코스모스 한 송이.

오롯이 하늘 보며 하늘거린다.


찬 서리, 어둠에 썩고 녹아가지만,

오.직. 하.늘!

하늘만 머리에 이었네!



흔들려도, 흔들려도-

하늘만 바라는--

그. 꽃. 한. 송.이.처.럼.......

죽고 싶다.


그. 꽃. 한. 송.이.처.럼.......

살고 싶다.







내가 세상에 났는가?

태(態)만 바꾼 한 줌 흙-

코스모스가 아무리 하늘만 봐도,

뿌리는 땅에서 물을 빨지.

그렇지 않으면 하늘 못 보지.


물 빨자!

씨 맺을 만큼 말고,

서 있을 만큼.

하늘 볼 만큼.

 

다 보면 죽을 만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4 多 夕 정성국 2007.10.24 8550
563 和天 정성국 2007.08.02 6990
562 그림자 예수 민원식 2007.03.31 6902
561 남해.함안記 1 정성국 2006.11.19 7455
560 바람 風 [望 願 ] 정성국 2007.11.22 10154
559 아침(첫)생각 1 정성국 2007.03.18 6920
558 정조貞操 정성국 2007.03.22 6490
557 5.16(금) 1차씨알사상포럼- 김태창(공공성철학), 김영호(사회적책임과 경제) 운영자 2008.05.14 11073
556 『곡 중 통 곡 / 谷 中 通 曲』 최봉학 2006.12.01 5803
555 일념一念 정성국 2007.05.18 7132
554 " 지극히 높으신 이 " 나효임 2006.03.27 5606
» "늘 세상에 있었지." 민원식 2009.10.31 11186
552 "다석과 함께 여는 우리말 철학" 특강 - 이기상 교수 강형규 2005.10.13 5718
551 "뭐 하세요?" 2 민원식 2009.09.21 9991
550 "바보새에게 삼천년 신인문의 길을 묻다",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강연 미래연 2012.05.16 42430
549 "제가 만든 분경 구경하세요." ^^| 1 민원식 2010.01.30 12089
548 "지난 30년, 큰 아들에게 배반당한 역사"라는 글 민원식 2009.12.31 11226
547 <없이 계시는 하느님>, 2022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우수도서로 선정 그러함 2022.10.05 463
546 '09.06.07(일) 명동전진상 교육관_도법스님 강연회 내용 1 file 파란백구 2009.06.09 12518
545 '선거 참패=정권 심판' ? 1 장동만 2006.07.02 540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9 Next
/ 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