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1184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끔 2호선 타고 집으로 갈 때, 신도림역에서 다시 전철을 기다립니다.
낮은 스레트 지붕의 공장들만 가득하던 곳에 고층 건물들이 개천 가까이 밀려든 지 오래지요.
천변으로는 자전거길, 산책로 깔리고,  그 위의 찻길엔 차량이, 철길엔 끊임없이 큰 소리로 달리는 기차. 참 번잡하게 변했지요.
그래도 개천가엔 풀이 자라고, 아직은 백로나 왜가리가 물속에 서 있는 한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가한 눈을 뜬다면요.
밀려드는 콘크리트와 쇠뭉치들 사이에 사는 것은, 백로나 저나 같은 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죽는 것도 그렇구요.


         생각의 강, 그 흐린 흐름- 멎다.  

전철역 옆 개천에, 하얀 새 한 마리.
흐린 물에 발 담고, 흰 그림자 흘린다.
돌처럼 굳은 눈길로 물속 세상 꿰뚫고,
어렵게 살아온, 구정물에서 어렵게 죽어온 물고기의 삶을 거둔다.

탁류에 발 담근 새를, 새처럼 조용히 바라보며
물고기 기다리듯 전철을 기다린다.
올 것 오고, 사람에 묻혀 기차로 빨린다.

내 갈길 아닌 것 같다.
내 길이어도, 나는 나 아닌 듯하다.  
탁류에 그림자 무심히 흐르듯,
난 그렇게 흔들리며 - 흐르고 - 흩어진다.

그래!
이게 만족한 삶, 지금이 만족이야!
물고기가 백로에게 가고,
나는 기차로 가, 그 흐름에 사라지고-

목적 없이 살아온 세상-
모자란 듯, 억울한 듯 살아온 한 세상-
그게 만족한 삶- 만족할 삶이지.

목적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던가!

 

 

 

 

 


순창에서 맞은 어느날 아침 풍경

   
  • ?
    박영찬 2012.11.15 17:27

    안녕하시지요? 못뵌지 꽤되었네요. 좋은 글 자주 올려 주셔요!!

  • ?
    하루 2012.11.23 03:48

    ㅎㅎ 올만에 아름답고 사색의 글..잘 봤시요!

    근디..사진 안 뵈. -..-


  1. ●다석탄신 123주년 기념 강연 내용(2013.3.12)

  2. 존경하는 스승님께 - 허순중

  3. No Image 31Jan
    by 관리자
    2012/01/31 by 관리자
    Views 56106 

    심도학사-2012년 상반기 프로그램

  4. - 허허당의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중에서

  5. 최근 강좌 일정 문의

  6. No Image 25Dec
    by 홀가분
    2012/12/25 by 홀가분
    Views 49567 

    보살 십지 = 보살 계위

  7. 다석 제자 김흥호 전 이대교수 별세

  8. No Image 16May
    by 미래연
    2012/05/16 by 미래연
    Views 42430 

    "바보새에게 삼천년 신인문의 길을 묻다",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강연

  9. 갈라디아서6 16~26 육체(몸둥이)의 일과 성령(얼)의 열매

  10. 설선화(雪先花)보다는 삼여(三餘)가

  11. 오랜만에 한 줄 올립니다.

  12. No Image 25Nov
    by 박영찬
    2011/11/25 by 박영찬
    Views 40722 

    얼굴과 얼골

  13. 공자가 사랑한 하느님-동아일보 소개

  14. 닭을 키우며

  15. No Image 21Aug
    by 홀가분
    2012/08/21 by 홀가분
    Views 34898 

    진안 행 - 참 편안히 다님

  16. No Image 04Jun
    by 홀가분
    2012/06/04 by 홀가분
    Views 34622 

    삶 人生

  17. No Image 29Jul
    by 장동만
    2008/07/29 by 장동만
    Views 27473 

    촛불 心志가 사르는 것들 (詩)

  18. No Image 02Feb
    by 별 꽃 허공
    2011/02/02 by 별 꽃 허공
    Views 27472 

    新年詩 < 환호작약의 순간 > -도우님들과 힘찬 새해 시작하고픈 마음 담아봅니다.

  19. No Image 16May
    by 대한인
    2012/05/16 by 대한인
    Views 26205 

    북한정권 3대 세습예언과 남ㆍ북통일예언 소개

  20. 다석 탄신 121주년 기념 강연회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9 Next
/ 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