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2 04:23

불한당(不汗黨)!

조회 수 1560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불한당(不汗黨)!

 

아침 일찍 호미와 낫을 들고 출근길에 나선다.

앞산 소나무 숲 사이로 입술만큼 자태를 드러낸 태양의 고운 빛이 오늘 한낮의 더위를 가늠케한다.

땀을 많이 흘려야하는 일은 가급적이면 아침나절 중에서도 동트기 직전부터 하는 게 좋기에 일찍 서둔다.

그래서 오늘은 모내기 한 논의 뒤편이 어수선 하여 잡풀를 베어내고 논을 매는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출근길에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도로에 날듯이 걸어가는 남정네 한 사람이 보인다.

엉덩이를 살짝만 건드려도 날아갈 듯한 걸음걸이와 팔 흔들이가 참으로 신나고 경쾌해 보였다.

누군가 했더니 이웃 마을에 사는 불한당(不汗黨)이었다.

 

불한당!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적어놓고 있다.

명사」「1」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재물을 마구 빼앗는 사람들의 무리. ≒명화적02「1」ㆍ화적02(火賊).

          2」남 괴롭히는 것을 일삼는 파렴치한 사람들의 무리. ≒한당01(汗黨).

다 알고계시듯이 다석 류영모 선생님은 글자를 그대로 해석하여 이마에 땀을 흘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을 불한당으로 보았다.

그 대표적인 부류를 조선의 양반을 지칭했다.

 

그렇게 경쾌한 걸음걸이로 아침 운동을 하는 저이를 왜 불한당이라 불렀을까?

이유는 이렇다.

지난겨울 단감농사를 망치고 있던 차에 군에서 농림어업총조사라는 알바거리를 주었기에 그 일을 하면서

그이가 불한당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는 개인적으로는 농사꾼의 5-6년 고등학교 선배격이었다.

몇 해전 은행을 정년퇴직하고 집에서 조선의 양반 노릇을 할 뿐 농사일은 손끝하나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사에 대해 질문을 던지니 그는 손사래를 치며 저 멀리 도망을 가면서 답변을 그이의 아내에게 미루기에,

그이 아내에게서 농사관련 질문을 하면서 왜 그이가 농사일에 대해서는 모르는가를 물었는데,

그때 그의 아내가 그의 행적을 일러바치듯 말을 해서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이는 정년퇴직을 하고 병중에 계시는 아흔이 넘는 부모님을 봉양하러

시골로 온 것 까지는 칭송을 받아야 마땅할 터이지만, 그러나 시골에 와서 농사에 대해선 손끝하나 대지 않고

그의 아내에게 시부모 봉양이며, 병수발, 밭일이며 논일을 다 맡기고, 그는 아침 운동이나 읍내나 도회지에

얇은 가방하나 챙겨들고 일정한 직업도 없이 돌아다니며 소일을 한다는 것은 칭송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저이가 저렇게 경쾌한 기분으로 운동을 하고 있을 때

아마도 저이의 아내는 부엌일에 농사일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리라!

다른 이의 희생위에 즐거움을 누리는(유포리아:병적인 행복감) 저이를 그래서 불한당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아내가 울리는 은은한 가스통 종소리가 아침 식사를 알린다.

이제 불한당 생각도 접어야 할 때..

허리를 펴고 뒤를 돌아보니 시원하게 정리된 논둑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농사꾼이 저이의 즐거움을 모르듯, 아마 저이도 농사꾼의 이 기분을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으리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4 일기의 필요성 나효임 2006.04.14 5131
383 그리움(2) 민항식 2006.01.05 5133
382 아바 계 민항식 2006.03.03 5133
381 나라와 겨레 위해 떠난이를 느끼며... 좋은책나눔 2005.06.06 5149
380 깨어남 민항식 2006.02.24 5159
379 마음 비움에 대한 다석님 생각 3 민항식 2006.04.23 5160
378 나의 하느님 민항식 2006.01.21 5166
377 그런게 명상살이든가...? 좋은책나눔 2005.05.18 5167
376 지혜를 밝히는 것 나효임 2006.04.12 5171
375 경에 이르기를... 나효임 2006.03.15 5177
374 인사드립니다. 1 박영찬 2006.04.06 5182
373 지혜 나효임 2006.03.16 5187
372 옮김 : 종노릇 노예살이? 좋은책나눔 2005.11.03 5189
371 하나님의 아들 민항식 2006.03.21 5189
370 원정 출산과 국적 포기 장동만 2005.05.27 5190
369 겨울바람과 다석님 생각 민항식 2006.02.01 5196
368 깨달음 나효임 2006.04.19 5198
367 문답(3) 민항식 2006.02.19 5209
366 설날 민항식 2006.01.29 5212
365 오늘의 깨우침 나효임 2006.03.23 5216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29 Next
/ 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