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암 가는 길목에서
단풍이 진다.
붉게 타오른 단풍 하나 또옥 진다.
노랗게 물든 단풍 하나 또옥 진다.
지축을 울리며 똑 떨어진
선홍빛 낙엽에서
예수를 본다.
황금빛 낙엽에서
부처를 본다.
남은 이파리들이
우수수 바람에 흩날린다.
바람 따라 이리저리 떠도는
칙칙한 잎새에서
한로(韓盧) 같은 너와 나를 본다.
* 韓盧(한로) : 전국시대 韓나라의 명견(名犬) 이름
* 韓盧逐塊(한로축괴) : 사람이 던진 흙덩이를 개가 쫓아가듯,
주일무적(主一無適), 수처작주(隨處作主)하지 못하고 외물(外物)을 쫓아다님.
과천의 은행 잎도 떨어집니다.
금이 떨어지나
제가 떨어지나
헤깔리고
밟는 자욱 마다
푹신해서
디딘다는 말은
떨어진다는
말인가 했는데
덜 떨러지면
다시 사는 것이
어렵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