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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중 통 곡 / 谷 中 通 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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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유감/送年有感


12월이다..한 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하얀 벽에 걸려있다..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진다.. 찬 바람 불어 혹한이 만물을 침묵하게 하는 계절.. 그리하여 목은 짧아지며 어깨는 올라간다.. 발은 빨라지며 손은 깊어진다.. 삭풍의 계절이여.. 한 때는 너를 동반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산야山野를 누비었건만 오늘은 너를 배척하며 두려운 마음으로 구차한 목숨 유지코자 하는구나.. 세월 따라 변신하는 노고단老姑亶의 행자行者들이여..

어느 날 아침, 문득 잠에서 깨어보니 자신이 한 마리의 벌레가 되어 있었다는 이방인처럼.. 내가 어느 한 순간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이미 이 몸은 한 그루의 고목枯木으로 변해있었다고나 할까..무심히 흘러가는 자연의 속에서 또는 칼날 같은 시간의 냉혹함 속에서 어느 순간 속절없이 숙연肅然해지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지나간 날들의 아쉬움과 그리움, 돌아오는 날들의 망설임과 두려움을 가슴 속에 간직하며 동지冬至의 그 날까지 우리는 고통과 인내로서 살아가야만 한다..

비록 시중의 필부匹夫로서 벌레처럼 보낸 한 해지만 어찌 일말의 감회感悔조차 없을 수 있으랴. 낙타를 타고 고비사막을 건너면서,,세상 돌아가는 풍경을 보고 느끼는 소회素懷..일엽편주一葉片舟에 몸을 싣고서 사회일반의 소용돌이치는 물결을 나름으로 감상하면서 흘러간다..내가 탄 배의 방향타方向舵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비록 귀는 멀고 눈빛은 어두워지기 시작해도 마음의 근본인 정신과 몸의 근본인 척추脊椎는 언제 어디서나 바로 세우고 가야 할 것인 바.

히말라야 인근에 사는 유목민들은 비록 가난하고 빈천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들의 마음은 누구 못지않게 부유하다.. 식사시간에 자신의 음식을 먹거나 남의 귀한 차를 얻어 마실 때에는 그것을 먹고 마시기 이전에 반드시 자신들의 신神에게 감사의 의례儀禮를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대지의 여신인 히말라야에게..존귀한 스승인 불타에게..자신들의 조상인 사람에게.. 자신에게 주어 진 음식을 조금씩 떼어 먼저 하늘과 땅과 사람에게  고告하는 것이었다.. 내심內心으로 경이로운 바가 있었다..

지금의 나는 무신론자다..그러나 언제부터인가..이른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정화수 앞에 두 손 모아 허리를 굽이는 버릇이 생겼다.. 천지신명天地神明에..역대사표歷代師表에..부모영전父母靈前에.. 마음으로나마 그들에게 귀의歸依하고자한다.. 그리고 나의 守護神에게 나를 지켜주실 것을 소원한다.. 나의 잘못이 있다면 용서하여 주시고..다시는 내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하여 주소서.......

이는 나의 현 존재의 가치가 오롯이 그들로부터 시원始原되었기에 다른 아무것도 아닌 오로지 그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 하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불초소생不肖小生이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또는 하루 세끼 밥 굶지 않고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또는 우리의 선조들이 헐벗고 굶주리고 고통과 고난 중에도 어질게 살아 간 삶을 마감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과 존경스러움에 대한 작은 예의禮儀의 발현이 아닐까....그러나 오늘도 나는 부끄럽다........

우리사회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보면서.. 우리 민족과 우리 지방 그리고 우리 조직의 이전투구를 보면서..우리 마음과 우리 생각의 다름의 이전투구를 보면서 삶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과 동물의 다름이 무엇인지.. 인간성과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성이 무엇이고 정신이 무엇이고 참되고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사랑과 증오의 뿌리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진실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를 못한다..

나는 나의 의지로 나의 길을 갈 뿐이다..

거센 바람이 불면 어쩔 수 없이 떨어져 날리는

거친 파도가 치면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물결

그대의 바른 생각에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진실이 무엇인지 그대는 알지를 못한다..



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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