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0 23:43

팔순일에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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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망 坐亡

                                                 고영섭

 

잘 것 다 잘 주무시고

아침에 일어나셔서는

먹을 것 다 잘 드시고

입을 것 다 잘 입으셨던 할머니가

좌변기에 살며시 앉아

쉬! 하고 물을 내린뒤

그 자리에서 그대로 눈을 감고

아무도 모르게 살짝 가셨다

미동도 않으시고 삶의

군더더기 다 내려놓으시고

좌탈(坐脫)의 자세 그대로

고요히 잠드신 반가사유상!

손자가 안고 와 이불 위에 뉘어도

숨소리 한 자락도 남기지 않고

아무 소리 소문 없이 허물 벗으며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노니

 

 ~~~ 병 (간호)없이 살다 돌아가시니 천수天壽를 누리시고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팔순을 맞이하신 선생님께서 천수하시기를 바랍니다

 

 

개나리 꽃밭 속에 하느님이 계신다

                                              도종환  산문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이렇게 기도한다 하늘이란 지상이 아니라 천상이다 아래가 아니라 위고 유한이 아니라 무한 생명이며 불완전이 아니라 완전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시 보면 하늘은 허공 그 자체다 다석 류영모 선생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이라야 참이다 이 허공이 하느님이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 허공을 `절대공絶對空`이라고도 하는데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우는 마음 무소유의 마음 탐진치의 수성이 없어져 빈 마음자리로 가득 차 들어오는 성령 거기에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이다 아니 무형무상하여 본래 없이 계신다는 것이다

 

석가도 신기루 같은 현상세계 있음의 색계는 거짓이고 무의 세계가 오히려 참이라고 했다 색계 물질계는 있다고 할 수 업다는 뜻에서 공색일여空色一如라는 것이다 장자가 이야기하는 태극에는 물질과 허공이 함께 들어 있고 노자의 무극 역시 허공이다 그런가 하면 에머슨은 우주가 곧 하느님이라고 생각했고 스피노자도 하느님은 곧 자연이라고 보았다

 

마하트마 간디는 "밤 하늘 별들 사이에 빛나는 초생달이나 해질 무렵 붉게 물든 저녁노을 같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그 현상 뒤에 하느님이 계신 것을 생각나게 하는 진리적인 면이 있다 이것들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이 창조했기 때문이다 내가 일몰과 월출의 광경에서 불가사의한 아름다음을 감상할 때 나의 영혼은 하느님을 우러르게 된다" 이렇게 말했다    ]

 

다석 류영모 선생의 명상록을 읽으면서 나도 올 봄은 부쩍 여기저기서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곤 한다 천지가 음울한 겨울 빛을 벗지 못하고 있을 때 온통 샛노란 개나리꽃을 가득 피워놓고 게시는 날 아침 개나리꽃밭 속에 하느님이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삭막한 대지 회색의 언덕과 길가를 한 순간에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꾸어 놓는 생명의 놀라운 환희 그런 게 하느님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징그러운 벌레의 모습을  지니고 살게 하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한 마리 흰나비로 바꾸어 하늘로 날려보내는 새로운 탄생 그 속에 하느님이 계시는 게 아닌가 나비 한 마리의 사랑스러운 날갯짓과 나비의 비행을 품어 안고 있는 나비 뒤의 허공 그게 하느님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한다 음악소리를 알아듣는 뱃 속의 어린 생명 그 생명의 탄생과 함께 마련해 놓은 고난 그리고 그 고난의 끝에 자신과 제 백성을 다 살려내는

 준비된 역사 그게 하느님이 계시는 증거가 아닐까   봄 들판의 여린 꽃다지 한 송이이든 제 빛깔 같이 은은한 선물을 받은 살구꽃 향기 속에서든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는 모습 제 안에서 거듭나며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 부활하는 자연의 몸짓 속에서 이 아침도 하느님의 모습을 본다 무형무상하여 어디에도 없으나 어느 곳에나 계시는 하느님을

 

~~~ 空色一如 坐忘 늘 한웋님 아바디와 함께함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     밤(고요 거룩 어둠에 묻힌 )

고요한 나

거룩한 나

어둠에 묻힌 나

靈光이 둘린 밤(얼빛이 뚜렷하다)

한웋님아바디의 아들 나신 밤 얼빛이 환하고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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