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6 11:44

撫月山房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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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바라본 풍경.

뒤도  옆도 모조리 산 산 산, 산이다.

 

 


 

 

며칠 집에 불을 때니, 석까레 틈에 동면하던 벌레들이 봄인 줄 알고 깨난다. 

나뭇잎 모양의 날벌레가 나무문의 쇠 장식에 앉았다.

.....

서서히 얼어가면서...

아직은 때가 아니었음을...

알기나 하면서 죽어갈까.......

...

그런게

나뭇잎벌레 뿐일까....

 

 

 


 

저녁 밥 짓는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숯불이 나올 쯤에 먹을 것을 장만하는데, 보통 젓가락 없어도 먹을 수 있게 만든다.

형편에 따라 바뀌지만, 푹 익힌 현미, 감자, 양파, 된장, 김, 카레 등으로 작은 냄비에 반 정도 만든다.

이곳에 있는 동안 술과 고기, 생선도 먹지 않고 지냈다.

냄비 오른 쪽은 양말 신은 발. 아궁이가 밖에 있어서 불앞에서도 등은 춥고 발도 시렵다.

내려와서 들으니 그곳 화천은 이십년만의 강추위였다고 했다.

 

 


 

꼿꼿이 선 낙엽송들이 하늘로 하늘로 솟는다.

앞산과 그 앞산, 또 그 앞산, 앞산.....

......

그 사이에 선 나........

....

제대로 섰기나 한 건지.... 

 

 

 


 

 

꽃병에 버들개지와 진달래를 꽂았는데, 버들개지는 바로 솜털을 드러냈고,

진달래는 스무날 정도 지나니 연분홍 꽃을 열었다.

이 집의 오른쪽은 한겨울에도 얼음 아래로 물이 흐르는 계곡이고,

그 건너 능선에는 진달래가 소나무 숲 사이로 무성한게 자리잡았다.

푸른 솔가지 아래 화사한 분홍꽃 만발한 봄풍경이 꽃병 그림자 뒤로 보인다.

 

 


 

창밖 풍경.

꽃병 왼쪽의 산 정상 가운데로 지던 해가, 올 무렵에는 오른쪽 앞산과 겹치는 곳으로 졌다.

오른쪽 산은 양지바른 곳이어서 눈이 내려도 바로 녹았다.

 

 


 

돌과 바위로 만든 마당.

둥그런 부분과 오른쪽 끝 부분 등에 화단이 있다.

한 겨울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은 풀들이 조금 자라고 있는데, 눈이 포근하게 덮고 있다.

사냥꾼과 군인 정도만 지나다닐 뿐인 군사도로가 집앞을 지난다.

경사가 아주 심하고 험한 비포장 돌길이다.

 

 

 

 

창밖에 눈내리고......

 

풍경도 떼어 놓은.......

 

눈 내리는 고요한 아침.

 

 

 


 

아침부터 폭설.  

오른쪽 숲 위로, 눈발 속에 해가 뜬다.

 


 

 

저녁 어스름.

저 아래 몇 개의 시골집 굴뚝에 연기 흩어지고,

고라니 우는 소리만 들리는 밤이 다가온다.

 

밤이...

누구에게나 오는,

밤이 다가온다.

 

그 뒤에는

아침 없는 밤이....

꼭 오늘 밤처럼-

소리없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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