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30 12:19

거기서 거기

조회 수 103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한다는 녀석과 반에서 가장 공부를 못한다는 녀석을 불러 세우고 말한다.

“너희 둘은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니?”

공부를 못하는 녀석은 숫기가 많아 수줍어하지도 않고 웃고, 공부를 잘 하는 녀석은 기분이 나쁜지 피식 웃고 만다.

가장 지능이 높다는 원숭이보다 사람은 몇 백배 높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이라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는 힘이다. 생각하는 내용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 말이고 글이다. 그러니까 말하고 글을 쓸 줄 안다는 것은 참 얼마마한 능력인지 모른다. 사람을 따르는 개가 생각을 하는지 나는 모른다. 개가 말을 하고 글을 쓴다면 생각한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개는 할 줄 모른다.

말하고 글을 쓸 줄 아는 아이들, 그러니까 생각하는 아이들은 그것만으로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 아이들 사이에서 누구는 공부를 잘 하고, 누구는 못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참 작은 차이다.

어른들은 두 아이가 있으면 누가 더 나은지 알고 싶어 한다. 꼭 한 놈한테 더 많은 금덩이를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꼭 그렇게 둘을 견주고 더 낫고 더 못난 놈을 가리고 싶어 한다. 그러면 미워하는 마음이 생긴다. 카인은 동생을 죽이지 않았던가.

공부를 잘한다는 녀석은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한다. 반에 앉은 아이들 대부분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어떤 아이는 손뼉을 친다. 그런 칭찬을 듣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우리는 거기서 거기다. 백 미터를 구초 구륙에 뛴다는 볼트하고 백 미터를 십 오초에 뛰는 나하고 모두 폭탄이 터지면 죽는다. 몇 초 차이를 마치 엄청난 차이처럼 여기고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고 생난리를 피는 사람들을 보면 참 우습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느냐고?

히틀러는 참 열심히 살았다지? 전쟁터에서 군인은 목숨을 걸고 싸운다. 열심히 산다는 게 뭘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무엇을 위해 사느냐. 그 방향이 바르지 못하면 게으른 것만 못하다.

나는 서른 다섯 나이에 겨우 깨달았다. 전교 1등이나 전교 꼴등이나 거기서 거기다. 이걸 표어가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게 되기까지 이십년이 흘렀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5 장자....박영호저....헌책구입하고 싶습니다^^ 미모사 2009.07.22 11430
264 수련회 장소 및 시골교회 위치 file 관리자 2009.07.23 19883
263 여름 수련회를 무사히 잘 마치었습니다. 관리자 2009.08.04 11104
262 그림 전시회 구경오세요.. 1 김병규 2009.08.06 11457
261 생각한다는 건 생명자각,유영모를 통해 깨달아-동아일보 2009년 8월 2일 file 관리자 2009.08.11 12167
260 한일철학포럼 유영모 함석헌..문화일보 7월 23일 관리자 2009.08.11 12314
259 다석일지등 유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증-20090723 문화일보 file 관리자 2009.08.11 11880
258 한일철학자포럼 -유영모 함석헌관련 언론자료.. 관리자 2009.08.11 12282
257 씨알재단에서 여름수련회를 시행합니다. 관리자 2009.08.14 11193
256 씨알사상 강좌 안내.. 1 관리자 2009.08.19 14851
255 갈릴리성서학당(김경재목사님) 김나미 2009.08.26 11183
254 자비송 1 관리자 2009.08.30 8553
253 씨알강좌-2009.9.4-박영호 선생 강의 원고 file 관리자 2009.09.02 10826
252 씨알강좌_2009.9.11_류영모의 영성신앙 출발 file 관리자 2009.09.11 11094
251 다행 2 김진웅 2009.09.14 8547
250 우기기와 따지기 김진웅 2009.09.20 9339
249 "뭐 하세요?" 2 민원식 2009.09.21 9991
248 2-류영모의 깨달음-세계종교신문 1 file 관리자 2009.09.26 10959
247 1-류영모의 삶과 영성-세계종교신문 file 관리자 2009.09.26 10882
246 김원호씨알재단이사장-주간조선-2069호 관리자 2009.09.27 10892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29 Next
/ 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