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3 00:24

경계(境界)

조회 수 97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경계(境界)


지금, 친구의 화두가 경계이다.

감나무 방제약 재료인 유황을 사러 영산으로 가는데

낙동강 지류 강가의 백사장이 봄 햇살에 한없이 한가롭다.

한가로운 백사장에 백로 한쌍을 올려놓고 보니 요새 친구가 고민하고 있는 경계가

백로의 노는 모습과 별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다.


 경계에도 눈에 보이는 경계와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으리라.

이 나라의 경계는 휴전선이고 국경선이다. 그 이상 넘을 수 없다.

이는 영역의 경계이며 또한 보이지 않는 이념의 경계이기도하다.

가난한 사람이 건너지 못하는 경계는 부자의 영역이며,

못 배운 사람의 경계는 배운 사람의 영역이리라.

우리는 살아가며 이런 저런 경계 때문에 삶이 힘들어지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또한 이 경계를 뛰어넘음으로써 보람과 희망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빈부, 배움, 권세, 명예, 이념, 영역 따위의 경계보다,

보다 근원적인 경계의 문제는 자유로움에 있으리라.

그러니까 돈과 명예와 권세를 얻는다 한들 자유로움을 얻지 못하면 참 행복은 가지지 못한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며 처처곳곳에 놓여 있는 가로막으로 인해 그 자유로움을 얻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자유롭고 싶지만 자유로울 수 없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에리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우리 인간은 자유롭기 위해 스스로 자유를 구속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 인간은 자유를 갈구하면서도 오히려 자신을 구속을 하면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갇힐 것 알면서도 사회적 관습적 시각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결혼을 하고,

놀고 싶은 수험생이 자신을 구속하며 열심히 공부하여 합격이라는 자유를 얻는 것,

집안의 가장이  직장에 구속되어 일을 함으로써 가족부양이라는 자유를 얻는 것 따위가

대표적으로 자신의 자유를 구속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유이리라.

 

 대체로 우린 언제나 이쪽 강(江)의 경계에 머물러,

부와 명예와 권세의 구속으로 인해, 저 백사장에는 죽을 때까지 가지 못하지만,

백로는 강에서 먹이를 갖고나면 다시 피안(彼岸)의 세계인 백사장으로 나서기에 그 모습이 부러워 홀로 불러본다.


비 갠 아침,

산세(山勢) 뚜렷하고,

백사장엔 햇살 나붓하여라.


거룻배조차 없는 강가.

강, 모래 오가는 백로는

무상(無常)한 경계를 허무노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5 보수/진보 넘어 사회정의로 장동만 2007.04.16 4887
284 보살 십지 = 보살 계위 홀가분 2012.12.25 49577
283 벽돌이냐 ??? 돌이냐 !!! 옹달샘 2011.03.28 16610
282 벚꽃 1 민항식 2015.04.19 714
281 법정스님의 열반을 추도하며... 2 길잃은나그네 2010.03.12 11013
280 버려지는 것들 김진웅 2007.09.25 7433
279 방문에 감사하며 2 수복 2015.05.18 769
278 밤 가시 김진웅 2007.10.23 8087
277 반편들의 세상 1 하루 2012.11.23 21095
276 반짝 빛 민항식 2006.01.15 5287
275 반가워요 ~ 따사로운 소통의 장.. 3 가을국화 2009.05.18 12044
274 박영호선생님 오마이뉴스 사장 오연호 사장과 인터뷰 file 관리자 2014.07.17 4064
273 박영호 선생님께 2 관리자 2010.05.31 17710
272 박영호 선생님과의 만남.2016년 10월 20일 file 관리자 2016.10.08 981
271 박영호 선생님과 길벗 민원식 하루 2013.05.05 8200
270 박영찬님 환영합니다. 1 민항식 2006.04.06 5066
269 박영찬님 반갑습니다. 1 나효임 2006.04.07 5797
268 박영찬 언님의 "없이 계신 하나님"을 읽고 2 민항식 2015.06.07 886
267 박상덕님 개인전 관리자 2009.04.17 11157
266 바보가 천당서 띄우는 편지 장동만 2009.06.12 9316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29 Next
/ 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