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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석가·공자의 가르침은 하나로 통한다
[한국일보] 2010년 11월 12일(금) 오후 09:07
공자가 사랑한 하느님 / 류영모 번역 강의·박영호 풀이
/ 교양인 발행·488쪽·2만2,000원
기독교, 불교, 유교 사상을 하나로 여물렀던 사상가 다석 류영모(1890~1981). 그는 여러 고전을 강의 자료로 사용했으나 직접 우리말로 완역한 것은 '중용'과 '노자'밖에 없었다. 1967~68년 다석이 번역했던 '중용'이 그의 제자 박영호(76)씨의 해설로 40여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공자가 사랑한 하느님>은 다석 사상을 알리는 데 전념하고 있는 박씨가 1990년대에 입수한 다석의 번역문을 밑감으로 삼고, 다석의 여러 강의를 원용해 '중용'을 풀이한 책이다. 단편적으로 소개된 다석의 독창적 유교 해석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석은 1928년부터 YMCA에서 연경반(硏經班) 모임을 맡아 1963년까지 30년 넘게 동서양 고전을 강의했다.

중용(中庸)과 지성(至誠)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인간 본성과 도덕적 사명을 다루고 있는 '중용'은 유교 경전 중에서 가장 철학적인 책으로 평가된다. '예기'의 한 권에서 독립해 유통되다 주희가 유학 사상의 요체를 담은 것으로 보고 '사서(四書)'에 포함시키면서 핵심 경전이 됐다.

그러나 바로 그 주희로 인해 유교가 병들고 말았다는 게 다석의 주장이다. 그러니 다석의 '중용' 해석은 주희의 해석과는 천양지차다. 핵심적 개념인 '중(中)'의 뜻풀이부터 보자. 주희는 이를 '치우치거나 기울지 않고, 지나치거나 못 미치지도 않은 것', 지금은 매우 상식이 된 개념으로 풀이한다. 다석은 그러나 '中'자를 깃대로 틀 가운데를 뚫는 모양의 상형문자로 보고 '하늘로 뚫리는 것' 즉 '하느님과 통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우리말 풀이도 그래서 '뚫림'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하느님의 생명인 '얼', 기독교식으로는 '성령'을 깨닫는다는 것인데 이로써 다석의 해석에서 공자는 예수와 동일한 지평에 서게 된다.

'충(忠)'도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해석인 '마음을 모아 부모나 임금, 나라에 헌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고 다석은 본다. 공자가 사람의 도리로 꼽은 충서(忠恕)는 곧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예수의 말씀과 다를 바 없게 된다.

다석이 기독교, 불교, 유교를 회통할 때 그 특유의 핵심 언어는 '제나'(ego)와 '얼나'(soul)다. 제나는 탐(貪), 진(瞋), 치(痴)라는 동물적 본성과 욕망에 사로잡힌 자아를 가리키는 반면, 얼나는 이에서 벗어나 하늘과 통하는 거룩한 자아, 이를테면 '영성'이나 '불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공자, 예수, 석가, 노자 등의 가르침은 모두 '제나에서 얼나로 솟아나라'였다는 게 다석의 바탕 생각이다. 공자가 말한 소인(小人)은 곧 제나로 사는 사람이고, 군자(君子)는 얼나로 솟아난 사람인 것이다.

이렇게 '중용'을 풀어가는 다석과 제자 박영호의 해석은 전통적 유학과는 전혀 딴판인 새로운 시각을 탄생시킨다. 훈고학적인 태도로 이 책에 접근한다면 어쩌면 황당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더구나 다석이 한자를 전혀 빌리지 않고 독창적인 순우리말로 모든 문장을 번역했기 때문에 더욱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독특한 경지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기존 상식을 털어내고 마음을 비워두는 것이 필수다. 책은 다석이 사용하는 우리말 어휘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뒀는데, 이를 지렛대 삼아 그 세계를 걷다 보면 예수, 석가, 노자, 공자의 말씀이 한 자리에서 어우러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종교간 대화를 추구하는 많은 진보적 신학자들이 다석 사상에서 한국적 신학의 가능성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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