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09 05:13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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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발


난, 처음부터 깨금발은 아니었다.

발에 맞지 않는 딱딱한 신발을 신고부터였다.

길가다 돌부리에 채이면 뛸 뜻이 아파

몇 번인가 그 신발 벗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순 없었다.

아버지가 준 첫 선물이기에,

가슴애피 속내에 가두고

그 신발로 참으로 먼 길 말없이 걸어왔다.

내 고통 모르는 이들 손가락질 받아가며.

옥죈 발, 부르튼 발은 깨금발로도 걸을 수 없게 하였다.



큰 길 옆으로 나 있는 좁은 흙길!

미련 없이 그 신발 벗어버리고

맨 발로 그 길 접어들었다.

포근한 발 느낌,

알맞은 나무 그늘,

불어오는 산들바람,

아! 세상에 이런 길도 있었구나.

내 삶에 처음 느끼는 법열 같은 환희.

난 이제 이 길을 가련다.

신발, 깨금발 모두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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