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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비를 만들었다.어릴 때 댑싸리를 베어 빗자루로 대충 만들어 쓴 적은 있겠지만 빗자루를 만들어 본 적은 처음이다.플라스틱 빗자루가 나오기 전까진 싸리비,댑싸리비,수수비를 분명 쓰고 살았을 텐데 어찌, 어찌 살다보니 빗자루를 하나 만들어 쓰지 못하고 살아왔다.지향하는 바가 거창한 공동체에 살면서도 하지 못하던 것을,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던 것을, 올겨울에만도 몇 번 망설이며 미루던 것을 결국 만들었다.
지지난해던가 집 바로 뒷산 잣나무를 산림조합에서 간벌했다.숲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그 다음해에는 기댈 나무가 없고 뿌리가 약한 나무가 태풍이 불 때 쓰러져버렸다.그러자 잣나무가 가렸던 하늘이 넓게 드러났고 제일 먼저 두릅과 싸리나무가 자리를 차지했다.봄이 오면 마치 내가 심기라도 한 양 두릅을 땄고 싸리나무는 눈여겨 봐 두었다.그러다 기어코 싸리비를 만들게 된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빗자루,거의 좋다.마치 마아가린이 거의 좋은 것처럼!돈 몇 천 원이면 가볍고 오래 쓸 수 있는 빗자루를 살 수 있다.하지만 마당이나 길을 플라스틱 빗자루로 쓸 때마다 약간은, 아주 약간은 언짢아진다.쓰레기나 흙에 닿을 때마다 닳아 떨어지는 플라스틱 가루는 어떻게 되는 건가?겨울에 내린 눈을 쓸 때엔 얼어 딱딱해진 플라스틱 살이 뚝뚝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우리 나라에선 이제 빗자루를 만들지 않으니 아마 중국 어디에선가 왔을 텐데,손잡이 나무는 무슨 나무를 얼마나 베어야 하는 걸까?플라스틱은 아마 중동에서 뽑아 올린 석유로 만든 것일 텐데,중동 민중의 피는 얼마나 섞였을까?....중들이 밥 먹을 때마다 외우는 오관게에서, 이 음식은 어디서 왔을꼬? 하고 중얼대는 것처럼 나는 속으로 중중거린다.

왜 싸리비를 만들고 나서 만든 척하다고 하는 걸까?다석 류영모는 다석일지 (1955.6.1.수.23821)에서 이렇게 일기를 적었다."복숭아 종이주머니 할 것이라고 新聞紙를 가지런히 놓아가지고 칼로 잘르는 일을 좀 하는 척하여 보다.이에 척이란 소리는,제대로 못하는 일을 하니,척만 같다."농사에 대한 뜻은 높았지만 농사일에는 익숙하지 않던 다석은 어느날 복숭아를 감싸줄 신문지를 자르는 일을 하다가 아무래도 서투른 자신을 느낀 모양이다.나도 마찬가지다.만들긴 만들었는데 영 맵시가 안 난다.정말 볼품없다.더군다나 앞으로 쭉 만들어 쓸 자신도 없다.아마 갑자기 필요하거나 바쁠 경우엔 틀림없이 사다 쓸 것이다.그러니 만들고 나서도 차마 만들었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내 살림살이라는 것이 ,뿐만 아니라 인류의 살림살이라는 것이 이 모양,요 꼴이다.인류는 너무 멀리,너무 복잡하게 와버렸다.날로 사람은 늘고 욕심은 더더욱 불어나니 희망이니 역사니 하는 것이 우습다.간디는 오래전에 유럽처럼 살려면 지구가 두세개 필요하다고 하였다......

어쨌든 서투른 일은 하는 척하고 산다 할 수 있겠지만 내 삶은 척하고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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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2013.01.27 06:05

    잘 좀 맹글어봐요..척만 허지 말고..ㅎㅎ

    행여 항개 얻어 쓸 수 있을랑강..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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