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5 20:55

감사드립니다.

조회 수 471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귀농을 한 지 이제 13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농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첫째,  농사를 잘 짓는 것입니다.

둘째,  다 먹을 수 없는 농작물을 판매하는 일입니다.

셋째, 매년 품질이 고르게 농작물을 생산하는는 일입니다.

 

 첫째, 농사를 잘 짓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30년 넘게 농사 일을 하고 계시는 백형의 말씀이 농사는 속고 속으며 짓는 거라 했습니다.

이 말의 뜻은 농사꾼이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농사를 지었더니 대풍이 되었다해서

그 방법으로 다음 해에 그대로 농사를 짓더라도 그렇게 대풍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올해 들어 생각드는 것 중에 하나가 농사는 짓기는 하되 결과는 되어지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매년 배추벌레를 잡으며 농사를 지었는데도 매년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배추 밭에 신경을 쓸 새가 없어 그대로 두었는데

배추에 벌레가 먹기는 해도 예상보다는 참 잘 되었습니다.

콩도 그랬어요.

매년 콩 밭에 풀을 매느라 힘겨웠는데 올해는 풀밭에 콩을 심고 관리기로 북을 두번 정도 치고

그리고 예초기로 풀을 두어 번 베어만 주었는데 콩이 참 잘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간 지어 온 농사 중에 가장 게으른 농사를 지었는데도 결과가 좋았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무리 대풍이 되고, 참 먹을거리를 생산해도 이게 팔리지 않으면 농사꾼이 다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난감한 일이 됩니다.

올해 단감이 그랬습니다.

제 단감은 부산한살림과  구두 협약이 되어 판매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판매를 겨우 1톤 정도 해 주었습니다.

우리집 과수원에 생산되는 단감이 9톤에서 10톤 정도는 되는데 이를 개인 판매한다는 것은 참 힘겨운 일입니다.

쉽게 판매하는 방법은 공판장에 내다 파는 것인데

제 단감의 경우는 한살림과 협약에 따라 농약을 4번 이상 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감과 잎에 병균들이 자리를 잡아  감의 표피에는 흠집이 나고,

잎은 병이 들어 영양분을 충분히 빨아들이지 못하니 감이 크게 자라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소위 먹을거리로는 별 상관이 없지만,

경매시장의 가격 경쟁에는 매우 불리하게 됩니다.

크기가 작고,  표피에 여러가지 티가 있으면 제 가격을 받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올해의 경우에는 단감에 재고가 쌓여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일부는 공판장에 내다 팔아야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김병규 관리자님께서

여러 길벗들에게 도움을 청하여 무사히 소위 상품이라는 단감은 다 판매를 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산품이면 어느 때 생산이 되더라도 같은 크기, 같은 품질을 생산해 내지만

농산물은 그 해의 날씨와 사용하는 퇴비의 질, 비료의 양, 그리고 수확기에 따라 변동이 있으므로

균일한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해는 단감이 크고 맛이 있다가,

또 어느 해는 단감이 싱겁고 맛이 없고 크기도 들쑥날쑥 하다는 것입니다.

 

해서, 농사꾼으로서 당부를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농사꾼이 제 아무리 게으르지 않게 농사에 올인을 하더라도

위와 같은 문제를 다 해결하고 농사를 지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농산물에 한해서는

부디 도회지의 죽임의 문화의 상징인 상품으로 보지 말고

농촌의 살림의 문화인 먹을거리로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길벗님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소위 점심소견(點心所見) 올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 시조1-원용강

    Date2014.05.02 By관리자 Views4349
    Read More
  2. 다석 선생님 묘소참배

    Date2014.04.25 By관리자 Views4620
    Read More
  3. 허순중 언님께

    Date2014.03.23 By관리자 Views5264
    Read More
  4. 존경하는 스승님께 - 허순중

    Date2014.03.23 By관리자 Views59768
    Read More
  5. 다석탄신 124주년 기념 강연 내용

    Date2014.03.18 By관리자 Views8041
    Read More
  6. 길의 노래

    Date2013.11.17 By한마음 Views5119
    Read More
  7. 감사드립니다.

    Date2013.11.15 By하루 Views4710
    Read More
  8. 씨알사상 북콘서트-국민일보

    Date2013.10.08 By관리자 Views5985
    Read More
  9. 팔순일에 만남

    Date2013.07.20 By홀가분 Views21169
    Read More
  10. 박영호 선생님과 길벗 민원식

    Date2013.05.05 By하루 Views8200
    Read More
  11. ●다석탄신 123주년 기념 강연 내용(2013.3.12)

    Date2013.03.17 By관리자 Views76561
    Read More
  12. 이규자 개인전 안내

    Date2013.03.10 By관리자 Views22833
    Read More
  13. 헐, 표고목 대박!

    Date2013.02.26 By박우행 Views12065
    Read More
  14. 설선화(雪先花)보다는 삼여(三餘)가

    Date2013.01.21 By박우행 Views41945
    Read More
  15. 싸리비를 만든 척하다

    Date2013.01.18 By박우행 Views8151
    Read More
  16. 보살 십지 = 보살 계위

    Date2012.12.25 By홀가분 Views49567
    Read More
  17. 갈라디아서6 16~26 육체(몸둥이)의 일과 성령(얼)의 열매

    Date2012.12.23 By홀가분 Views42111
    Read More
  18. 다석 제자 김흥호 전 이대교수 별세

    Date2012.12.06 By관리자 Views43965
    Read More
  19. 닭을 키우며

    Date2012.11.26 By박우행 Views36135
    Read More
  20. 반편들의 세상

    Date2012.11.23 By하루 Views2109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9 Next
/ 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