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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감고 들여다보네. 바람이 얼마나 많은 숨결로 이루어졌는지. 눈을 감고 들여다보네, 어둠이 얼마나 많은 빛깔로 이루어졌는지. 눈을 감고 들여다보네. 삶이 얼마나 많은 길들로 이루어졌는지.>>

      어느 모임에서 들은 시 입니다. 한 순간도 쉬지 않는 내 숨결을 잘 가다듬으라는 말로 받아 듭니다. 해발 이천사백미터가 넘는 산길을 하염없이 걷던 때가 생각납니다. 아르헨티나의 꼬르도바 라는 곳, 차들만 간혹 다닐 뿐, 사람은 거의 볼 수 없는 길을 여러 날 걸었습니다. 왼발 딛고 오른발 딛고, 오른발, 다음에는 왼발, ..... 그리고 또 오른발....... 차곡차곡 - 지난 일을 정리하듯이, 하루를 걷고, 나흘을 걷고....... 다리만 그저 산길을 엇갈릴 뿐, 몸은 산천에 떠가는 듯하고 마음도 부는 바람입니다.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 ..... 머물기도 합니다. 마음은 어디를 거쳐서 여기 앉았을까요? 홀로 걷던 그 빈 산들은 - 다 어디 갔나요? 어느 날, 밤이 깊어 - 그 산에 한 발을 들입니다. 벽지 너머 펼쳐진 빈 산을..... 울렁이는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 발바닥 머무는 곳에 마음 두라는 말도 떠올리면서, 마음에 두었던 아련한 빈 산을 그립니다. 빈 산을 그리는 한 여름 밤, 한 줄기 실바람이 산들 - 방충망을 넘나듭니다. ....... ....... 아아, 그 때 그 빈 산에 불던 바람들을- 이제 실바람으로 맞습니다. 내 가슴 가득히 오가는 이 숨결은 어느 가슴에 머물다 비운 것일까요? 당신 숨결이 내 숨결입니다. 나는 당신입니다. 나는 빈 산입니다. 나는 울렁이는 그리움입니다. 나는 빈 산을 떠돌다, 방충망 사이를 오가고 한 때는 숨결이었던 - ..... - 바람입니다. 한 줄기 바람이 한 줄기 바람에게 한 줄기 바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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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찬 2007.08.27 12:39
    민원식님....좋은 시입니다....무더위에 잘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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