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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blog.yahoo.com/dhuta2000

            

ㅇㅇㅇ


      계룡산 갑사甲寺에서 만난 여인女人


ㅇㅇㅇ





처음 가보는 산줄기의 산책散策은 즐겁고 보람된 시간들을 가져다 준다.. 그 날 하산하여 갑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이였다.. 1시간 후에나 오는 유성행 버스를 기다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여기 저기 풍물과 사람들을 구경하며 기웃거렸다.. 계룡갑사 일주문을 내려서면 작은 다리가 하나 있고.. 그 다리 입구에서 땅 바닥에 난전으로 싱싱한 나물을 펼쳐놓고 파는 할머니가 한 분 나의 눈에 들어왔다..

대체로 큰 사찰의 입구 길가에서 주변의 산골에서 캐 온 나물을 파는 노전의 할머니를 자주 만날 수 있는 데.. 여기 갑사에서 만난 할머니는 백발이 성성하여 얼핏 보기에도 족히 연세가 칠십여 세는 되어 보이는 노파였다.. 여인의 얼굴은 그야말로 주름살이 많이 져 있어 평생의 삶의 고단함이 촉촉하게 배어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나는 그 할머니의 인상을 한 장면 휴대폰 사진으로 남겨 보고자하는 욕심을 가지고 노파 앞에  마주 않았다..


-  할머니 !.. 이게 무슨 나물이에요..??

-  머구나물이야... 머구..

-  저 건 요...??

-  신 냉 이....

-  이 나물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는 거지요...??

- 약한 불에 살짝 대처서.. 이것저것 양념 넣고 무쳐서 먹으면 되지..   손님, 한 묶음 팔아주시구려..  점심도 먹어야 하고 담배도 떨어지고 .. 아직 ‘맛수’도 못 했어.. 할머니는 울상이다... 마음이 애처로워 진다..

- 할머니 ,, 제가 담배 한 대 드릴께요.....

할머니에게 담배 불을 붙여 드리고..  나도 그 덕분에 한 대 피워 문다.... 할머니 얼굴에 화색이 피고 미소가 떠 오른다....

-  할머니 .. 이거 한 봉지를  얼마에 팔아요... ??

-  요건..  한 봉지에 2000원..  저 건.. 1000원에 팔지..

-  네... 그럼 이것 한 소쿠리 담아 주시고  저것도 한 소쿠리 담아 주세요..

-  응.. 젊은이...고맙구랴...!!  하시며 검은 봉지에 나물을 담으신다..








-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얼마예요...??

-  나... 올해 여든이야...팔십이 넘었어...

-  아드님은 안 계세요..??.. 왜 이렇게 고생하며 사세요..??..

-  아들놈은 지금 정신병원에 있어..!!.. 다..내  잘못이지..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죄가 많아서 아들이 병원에서..고생하고 있어...

하시며 깊은 한 숨을 쉬고는 울상이 되신다...  할머니가 무얼 잘못했다는 것인지..그 속 내막을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냥  할머니는 자기 잘못이라고.. 자기가 죄가 많다고... 자신이 못난 탓이라고만  하신다...






-  할머니..할아버지는 안 계세요..??..

-  우리 영감은 집에 있어.. 하루 종일 산에서 나물 캐러 다니지.. 그래야 내가 여기 나와서 나물 팔아 하루하루 먹고살지..

하시며 할머니는 각각으로 나물을 담으신 두 개의 비닐봉지를 나에게 건낸다.. 나는 나물 값을 건네준다.. 그리고 할머니의 얼굴을 한 장 찍어 둔다...한편 부끄러운 마음으로.. 또는 고마운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애처로운 마음으로...

-  할머니..그럼  많이 파세요.....

-  총각...  고마워....

계룡산 갑사인지.. 공주 갑사인지... 갑사는 좋은 터에 자리 잡은 사찰인 것 같다... 동학사보다 교통이 조금 불편한 점은 있으나.. 주의의 터가 넓고 평평하여 넉넉한 남성의 가슴 같은 느낌을 준다.. 반면에 동학사는 깊은 골과 높은 산의 아늑한 중턱에 숨은 듯이 자리잡아 범인凡人이 함부로 범접犯接할 수 없는 고귀한 여성 같은 느낌을 준다..

동학사에서는 삼성각 안에서 낭낭하게 염불하는 비구니를 만나고 갑사에서는 다리 옆에서 나물 파는 노파를 만났는 데.... 한 세상 살아가는 것은 두 여인이 다 같아도 먹고사는 방법은 다르고 그리하여 생사의 갈림 길도 다르다.. 출세의 길과 속세의 길이여.. 무엇이 그대를 그토록 가슴아프게 하였는가.... 그리고 나는 왜 노파에게 더 정분情紛이 가는 것일까...


노파일등老婆一燈이라 하였던가.....

두고두고 노파의 말 한 마디가 오늘도 심중心中에 불을 지른다..

모두가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야...

내가 죄가 많아서 아들을 고생시키고 있어.....


ㅇㅇㅇ



   
  • ?
    김병규 2006.11.08 23:31
    안녕하세요..최봉학님 ..들려주시고 좋은 글도 올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대구에 살고 계시군요..
    저도 계룡산으로 해서 갑사로 넘어갔던 기억이 나네요..저하고는 연배도 비슷하군요..글을 읽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자주 들려 주시고 좋은 글도 올려주세요..반갑습니다..환영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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