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7 09:08

부지깽이와 불쏘시개

조회 수 1078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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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와 불쏘시개

 

날이 그리 차지는 않지만 그냥 잠을 자기엔 추워서 요새는 거의 매일 군불을 때고 있다.

불을 때면서 늘 생각하는 게 불쏘시개와 부지깽이의 역할에 대해서다.

불쏘시개..이는 장작에 불을 붙게 하여 장작불이 방을 데울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성냥개비로 불을 그어 장작에 불을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불쏘시개는 그 자체로써 방구들을 데우지는 못해도 장작에 불을 붙여 구들을 데울 수 있게 한다.

 

불쏘시개가 장작에 불을 붙여 장작이 활활 타들어가다가도 어느 순간 연기가 나고 잘 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잘 타들어가던 불꽃도 어느 순간 사그라들며 숯을 남기려 한다.

이때 부지깽이가 필요하다.

잘 타지 않고 연기가 많이 날 때는 부지깽이로 장작을 살살 움직여 공기를 불어넣어 주면

장작은 다시 잘 타들어간다. 그리고 사그라들던 장작 또한 부지깽이로 한데 모아주면

다시 힘껏 제 몸을 불사르며 타들어간다.

 

그러나 부지깽이의 이런 좋은 역할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역할이 있다.

바로 불을 꺼뜨리는 역할이다.

불을 붙일 때 잘 붙게 하려고 부지깽이로 불쏘시개든 나무를 건드리면

십중팔구 불은 붙지 않고 꺼지고 만다.

불쏘시개에 불이 옮겨 붙으면 어느 정도 가만히 두어 제 힘으로 불쏘시개를 태울 수 있게 지켜보아야 한다.

옮겨 심은 나무를 자주 돌보면 죽어 버리는 이치와 거의 같은 것이다.

또한 맹렬히 붙고 있던 장작도 부지깽이로 흩뜨려버리면 금방 그 화력을 잃고 꺼져 버린다.

 

세상일에 눈을 돌려본다.

감을 따고 있는데, 고향 쪽에서 감 농사, 벼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그 친구는 감농사도 흉년인데다 감 값도 별로라 재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오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주인 왈, ‘요새는 길거리에 사람새끼가 얼씬도 거리지 않는다.’며

독설을 퍼붓더라는 얘기를 했다. 사실 그렇다. 올해가 귀농 후 제일 감이 팔리지 않는다.

늘 주문을 해 주던 지인들도 망설이고 있는 걸 보면 살기가 팍팍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일이란 좀 여유가 있을 때 사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사꾼이야 감이 팔리지 않으면 손에 돈이 덜 들어오는 것일 뿐 크게 손해가 나는 일은 없지만,

도회지에서 월세든 전세를 얻어 장사를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어쩔까 싶다.

 

나라는 가뭄으로 타들어가고, 민생은 이처럼 살기 어려운데

지금 이 땅의 지도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말로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긴다고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도자는 부지깽이와 같다.

들이 숨구멍이 막혀 힘겨워할 때 숨통을 트여주어 숨쉬기를 편하게 해 줄 수도 있고,

잘 살고 있는 백성들의 힘을 흩뜨려 기운을 빼는 일도 할 수 있다.

 

도덕경 17장에

가장 훌륭한 지도자(太上:태상)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도 알려지지 않는 지도자(不知有之:부지유지)라 했고,

가장 좋지 못한 지도자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侮之:모지)라 했다.

 

이 땅의 지도자는 과연 어느 반열에 서 있는 것일까..?

장작불을 잘 피우려 장작을 너무 들썩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불은 꺼져가고 온 나라 안이 연기로 가득 차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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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항식 2015.11.08 20:44

    하루님!

    단감 대봉 잘 받았습니다. 단감이 무척 다네요.

    부지깽이 지도자론! 동감이고 딱이네요.

    이제부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민중의 부지깽이로 교과서 내용을 바꿔야 하겠네요.

    요즘의 돌아가는 꼴은 부지깽이가 장작을 들쑤시기도 하지만

    장작불은 염두에 없이 부지깽이들이 서로 자기가 옳다고 다투기만 하니

    불이 사그라들고 온 나라가 냉기와 연기로 가득한 가 봅니다.

    하여튼, 반갑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민초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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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복 2015.11.11 13:02

    끊임없는 욕망덩어리인 인간 ,이제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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