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절로 빠졌네(落齒吟) 박영호
갈은 이로 일흔해를 넘어 썼네
오래토록 부려 먹었구나
누가 호박엿을 주어 먹고 있는데
이 하나가 엿에 붙어서 떨어졌다
옥수수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또 이 하나가 아프지도 않는데 슬그머니 빠져
옥수수 알에 섞이어 날 찾아 보란다
날마다 씹어먹기를 이만날도 더 했다
이제 먹거리를 씹어 먹을만큼 먹었으니
제 할 노릇 다 했어라 나무랄 일도 못된다
씹어서 삼킨 것 다 모으면 작은 집채만 하리라
그만 씹고 쉬라는 하늘 뜻 아니리
아는 것 다 주고서 훌쩍 떠나야
올해만 더 살아야지 그 따위 생각은 말자
눈 어둬 돋보기 낀지는 오래고
귀 멀어지면 보청기 끼어야하고
이 다 빠지면 틀이라도 해야겠지
거기에 다리 힘 부쳐 지팽이까지 짚으면
무슨 허수아비 꼴불견이라지
오늘 밤이라도 잠든채 깨지 만다면
얼의 나라로 돌아가리니 나먼저 떠나요 안녕!
(2011.9.22 추분)
월전 미술관을 찾아
몸살 앓이 그만 얼나로 솟나리 [2]
아버지 부르며 떠나리
길상사 뜰안을 거닐며
길봉우리 뫼(道峰山)
진달래 꽃
걸어가 생각해
님 찾아 삼만날
목사 림낙경
스승님께서 사시던 옛터골(구기동)을 찾아보니
네잎크로바
고독사(孤獨死)
눈이여 힘차게 솟나라
한 마음
밑 닦기
촛불
아들아 미안하다. [1]
없애야 할 더러운 제나
이 새벽에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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