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누리 떠날 채비를
박영호 아끼는
게 많지만 그 가운데도 몸이 으뜸
자나
깨나 못 잊고 챙기는 건 내 몸이련만
숨지면
나무토막보다도 못한 더러운 송장일 뿐
이
엄청난 일을 아무 일 없는 듯 시치미를 뗀다
알리지
않고 때 없이 덮치는 죽음이란 갈림길
언제나
떠날 채비를 단단히 갖추고 있어야
뉘우침
없는 삶을 살고서 기쁘게 돌아가리
없던
게 있어 다시 없어지는 이 목숨 뭔지 몰라
다르다
다르다 해도 삶고 죽음만큼 다른 건 없다
살까워
하던 살붙이도 죽으면 전연 모르게 되고
살아보겠다고
모으던 재물도 몽땅 내 버리게 된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죽음을 맞이할 채비를 해야지
마음
쏟던 피붙이와 정 떼기도 미리미리 익히고
모은
재물도 이웃에 나누어 줘 버릴 줄도 알아야
정을
다 떼면 죽을 때 눈물 흘릴 일도 없을 것이고
멀리
떠날 때는 다 버려 짐 쌀 걱정 없단 말 뜻
알리
몸나의
짐승살이는 눈 뜨고서 꿈꾸는 것임을 알면
두려워
피하려던 죽음 고개도 사뿐히 넘어 가리니
제나
없어지면 하느님의 생명인 얼나로 솟나진다
이것을
깨달음이라 솟남이라 가르쳐온 말씀인데
참나인
얼나 깨달으면 하느님 아버지 만나게 되
이
세상에 다녀가는 일 끔찍히도 고달프고 싫었으나
떠나는
자리에서 돌이키면 고마운 생각만 남아
그리고
그리던 하느님께 얼시구 돌아가리
(201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