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게 아니야.'
그날 나는-
산도(産道)로 머릴 돌렸어.
내 힘으로 돌았어도, 내 뜻만은 아니었지.
40억년의 추억을,
수정체와 물고기, 파충류와 원숭이를 거치면서
미끌미끌한-
바다를 꿈꾸던 때였어!
깊은 바닷물에 콱! 처박히듯,
1기압,
무거운 세계로, 무서운 세계로,
떨어졌어!
견딜 수 없었어!
견딜 수 없었어!
견딜 수밖에 없었지.......
이렇게 작다니- 세상!
세 푼(三分, 3%)의 소금물, 한 움큼 양수였구나.
18251 = 50*365+1
어머니를 먹고 살았다. 지금도-
젖 먹고, 살점 먹고, 뼈까지 부셔 먹고-
-그 정신도 먹으려 보챈다.
광대한 바다,
흔들리는 수면 아래서,
찬란히 빛나는 해를 올려본다.
목 타고, 배 고파!
오로지 오롯한 흠모!
수면 위 올라, 햇살에 녹아들기를...
벗어날 필요 없는 허공, 무변허공(無邊虛空)으로.......
한 겨울 대지 위에,
오로지 꽃 하나만 위한 꽃,
가녀린 코스모스 한 송이.
오롯이 하늘 보며 하늘거린다.
찬 서리, 어둠에 썩고 녹아가지만,
오.직. 하.늘!
하늘만 머리에 이었네!
흔들려도, 흔들려도-
하늘만 바라는--
그. 꽃. 한. 송.이.처.럼.......
죽고 싶다.
그. 꽃. 한. 송.이.처.럼.......
살고 싶다.
내가 세상에 났는가?
태(態)만 바꾼 한 줌 흙-
코스모스가 아무리 하늘만 봐도,
뿌리는 땅에서 물을 빨지.
그렇지 않으면 하늘 못 보지.
물 빨자!
씨 맺을 만큼 말고,
서 있을 만큼.
하늘 볼 만큼.
다 보면 죽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