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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박영호
자연의 풀 나무들 가을을 맞았구나 인생인 나는 또한 가을을 맞이했다 단풍 보러 억새구경 간다 야단인데 내 머리 위에 단풍 억새 보려고도 안해
잎새가 떨어지듯 머리칼 잇발빠져 눈 어두어 귀멀어 기력마져 떨어져 간다고 가을인데 어서 갈길 떠나자 세상살이 꿈꿈이였거니 살며시 가자
버릴 것은 아낌없이 다 버리고 가자 줄 것은 남김없이 몽땅 다 주고 가자 마지막 이몸 훌떡 벗어 못치우고가 미안 감옥 수의 벗어버릴 때 이같이 시원하리
하느님 사랑하련 한조각 붉은 마음 풀 나무 씨앗 남기듯 남기고 떠나리 철새처럼 뒤돌아 보지 않고 떠나리라 하느님 아버지 기다리시다 반기시리 (2008.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