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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채비하자
박영호
속절없이 나를 찾아오는 늙음이라. 꼬부랑 늙은이 되기 앞서 채비를 해야 검던 머리칼 사이로 흰머리 보이더니 기력이 옛날 같잖고 눈귀가 멀어져 와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면 낯선 늙은이 뵈 흰 머리칼이 늙은이의 면류관 됨도 자라고 익는 사람됨이 뒷바침되어서고 늙음이 하느님의 사랑임을 느끼게 됨도 거듭된 명상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서야
뜬금없이 나를 찾아오는 죽음이라 숨진 뒤 송장이 되기 앞서 채비를 해야 오늘엔 평균수명이 여든에 이르렀지만 어려서 죽는 이도 있고 젊어서 죽기도 해 날 때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처지이라 안난 셈치고 살고 죽은 셈치고 살아야 몸죽음이 끝이 아니라 얼삶의 비롯됨은 오랫동안 맘을 닦고 닦아 얼나로 솟나야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되어 영생에 듬은 하느님의 뜻을 좇아 살기에 힘쓰고 애써야 (2008.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