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30 20:28

겨울 한 낮의 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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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 낮의 몽상
- 영어교육과 1 : 100


  어제 티비 방송 프로인  1 : 100 퀴즈 프로그램을 보았다.

1이 영화감독 겸 영화평론가인 ‘이’모씨였고 100은 방송 드라마 출연자 내지 방송인들이었다. 첫 번째 질문은 슈퍼맨 옷에 새겨진 영문글자를 알아맞히는 것이었고 세 번째 단곈가에서 내가 확실히 아는 문제가 나왔다.

    질문 : 논에 김을 맸다. 에서 김이 뜻하는 것은?

           1. 잡초       2.논바닥      3. 벼


이었다. 그런데 이씨는 도저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찬스를 사용하여 1번 잡초를 맞추고는 환호를 했다.


인수위 처음 방침은 모든 고등학교 교과목에 대해 영어로 강의를 하게 한다했다가 지금은 영어로 수업해야 하는 과목만 영어로 강의를 하게 하겠다로 한 걸음 물러섰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인수위는 2013년까지 영어로 강의 할 수 있는 교사 23,000명을 채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침에 차를 한 잔 마시다 딴나라당 골수파인 형님에게 ‘도대체 그런 생각을 낸 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형님은 인수위 관계자도 와서 ‘할배’하며 참고할 만한 기막힌 생각을 얘기했다. ‘어허 그거야 우리나라를 미국 마지막 주(州)로 만들어 영어 교사를 미국에서 데리고 오모 안되나?’라 했다.

예전에 딴나라당 수장 말씀이 서울시를 어디에 봉헌한다고 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일이 있다. 어처구니없는 형님 말이지만 궤를 같이한다면 어쩌면 미국 하면 죽고 못 사는 딴나라당 처지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를 미국에 봉헌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하는가 말이다. 더구나 인수위는 영어를 모국어로 삼고 있는 나라를 전범(典範)으로 삼아서 영어교육 정책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교육에는 나름대로 정한 목표나 목적이 있을 터이다. 지. 덕. 체를 보통 교육을 하는 근본으로 삼고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교육도 이 큰 틀 안에 움직여야 맞을 것이다. 어쩌면 이도 실용주의가 화두인 지금에야 흘러간 옛 노래 가락에 불과 한지 모르지만.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영어를 모든 학생들이 다 말할 수 있어야 하는가? 영어를 말 할 수 있어야 이 나라에서 살 수 있는가? 영어 없이는 이 나라에서 살 수 없는가? 과연 이 나라에는 영어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지금은 그렇더라도 향후 이 나라에서는 영어를 꼭 알아야만 하는가?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것 보다 할 줄 아는 게 현 시대를 살아가는데 더 유용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하더라도 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따로 있을진대 나라 정책으로 이렇게 거창하게 영어 교육을 꼭 해야만 하는지 알지 못하겠다. 영어로 강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생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도 있다. 향후 무더기로 뽑아서 배치할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이 과연 교육자로서 그 자질을 보유하고 있을까? 어쩌면 외국에서 유학하고 별 일거리 없이 빈둥대던 영어 잘하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이 될지 모르지만, 이미 청춘을 바쳐 중년을 넘어선 나이 많은 영어 선생들에겐 자괴감을 들게 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영어로 교육을 하자면 최소한 두 부류는 준비도(Readiness)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선생과 학생의 준비도이다. 그러니까 첫째는 전국의 선생들 영어 수준을 2년 동안 어떤 형태로든 교육하여 학생들에게 영어로 강의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고, 다음은 학생들이 영어로 강의한 교과목 내용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 두 가지가 다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한글로 강의를 해도 학생들이 모두 이해하기엔 역부족인 지금의 현실에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지..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니 이를 이해 못하는 학생은 따로 영어 과외를 받아 수업에 임할 터인데, 그런데도 영어 과외비는 없앨 수 있다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시 처음으로 가 보자. 영어 교육과는 살아가는데 아무런 상관도 없는 농사꾼이 왜 이렇게 열을 받고 있느냐?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니까 영업을 잘하는 기업농사꾼이 김이 뭔지 제초제가 뭔지도 모르는 소비자에게 다가가 ‘이 쌀은 말이죠, 김을 매지 않고 제초제를 듬뿍 사용해서 생산한 쌀인데 밥을 해 놓으면 밥맛이 아주 좋습니다.’하여 한 여름 뙤약볕에서 김을 맨 내 쌀 보다 가격을 더 받아 간다면 억울해서 어찌 사느냐 말이다 그래서 꾸어 본  한 낮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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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국 2008.02.01 11:50
    조선시대 중국사대주자들이 한문을 주장하고, 지금 미국사대주의자들이 영어를
    주장하는 모양이냐 매 한가지같도다. 하늘의소리.한웋님의 소리-훈민정음이나
    제대로 함이 어떡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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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웅 2008.02.01 18:20
    정 선생님, 지금은 어느 하늘아래에? 글씨요 제 말이 그 말 아니겄습니까?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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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은 2008.02.02 04:56
    조선시대에 문자라면 서글(진서)인 한문이 전부였는데요... ~_~, 취지는 알겠으나 비유가 적절치 못한듯 합니다.. ^^ 조선시대 언어 언문이라 하면 참으로 매력적인 어문이라 하지 않을수 없지요. 우리말에 대한 앎이 참으로 간절한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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