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1 19:33

조카와 꿀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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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오-세에-요'
내 바리톤 음색과는 달리
소프라노 맑은 음색으로 낭랑하게
"예'하는 대답이 들렸다.

요놈이 연흰가, 연진인가?
애라, 모르것다.
'응, 연진이가?'
'아니요 연희!'
난 맨날 헛다리 짚는다.
연희한테는 연진이?  연진이한테는 연희?
형제는 같으면서 다르다 했는데 어쩜 목소리가 그리 같을지...
몇 마디 하면 콧소리 강도에 따라 가늠이 가긴 하지만 확실한 자신은 아직 없다.


'왜 맨날 집에만 있나? 이모랑 밖에 나가 영화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그러지.'
'헤--'
'얌마 수능도 끝난는데 친구랑 놀러도 다니고 그러지이...'
'이모 혼자 집에 있어서..'
'그러니 이모도 잼 없고 하니 자꾸 졸라 밖에 놀러가자고 그래'
'예--'
그러나 우리 큰 조카 연희는 그러지 못한다.
이모부가 농사꾼이라 돈 못버는 걸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가끔 안양에  올라가서 용돈이라고 내미는게 고등학교 3학년 한테 5천원,
크게 인심쓰면 만원이니 뭐 꼭 설명해야 가난한 이모부 사정을 알것인가?
이모랑 조카는 오늘도 종일 그렇게 아픈터에서 아파하며 지내고 있다.

'이모 바꿔.'
'여보!'
'응, 와 아 델꼬 좀 놀러 댕기고 그러지. 영화도 보고 맛난 것도 사주고..'
'예 그럴께요'
'방에만 있으면 겨울 우울증 걸려'

내 얘기하고 있다.
두 손 두 발 꽁꽁 묶어놓고 '니 맘대로 자유롭게 뛰어 놀아라' 하는 말과
돈 천원 줘 놓고 ' 니 먹고 싶은 거 맘대로 사먹어'라는 말과 내 말이 다르지 않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일 뿐. 사실 떨어져 있는 아내가 조카랑 즐겁게 보냈으면 하는게 내 진심이다.
돈을 좀 써더라도 말이다.


드디어 내 성화에 못이겨서인지 중앙선 눈꽃 열차에 네 여인이 몸을 싣고 여행을 떠났다.
떠나기 전 전화를 또 했다.
' 맛난 거 있거든 돈 핑게 되지 말고 애들 사줘'
'알았어요'
'시간내서 가는 여행이니 가거들랑 돈 애끼지말고 좀 써'
'고마워요'


저녁에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보 여기 풍긴데 인삼 좀 사서 보내까?'
떨어져 있는 아내 마음 편하게 해 주는 것도 좋을 듯해서
'그래 보내'했다.


다음 날 아침 전화를 하니 연희가 받는다.
'그래 이모가 맛난 거 사 주데?'
'예'
'뭐?'
'응, 이모랑 엄마는 시래기 된장국 먹었고요, 우리는 육개장 먹었어요'
'....좀 더 맛난 거 없었어?'
'예 두 가지 밖에 없었어요'
"......"

택배로 보낸 인삼이 도착하여
오늘 그 인삼을 꿀에 재여 담고 보니 옛 생각이 난다.
땅 한평없이 가마니를 짜서 연명하며 내 학교에 보낼 때
울 엄니는 고등학교 댕기는 대견한 아들 몸보신 시켜 주느라
방물장수한테 인삼을 아버지 몰래 사서 들깨가루에 재거나 설탕에 재여 나를 주었다.
아버지 보면 혼날까바 숨겨가며, 망보며..
이제껏 큰 병으로 병원 신세 지지 않은 게
모두 그때 그 시절 울 엄니의 눈물겨운  사랑이 아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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