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들여다보네.
바람이 얼마나 많은 숨결로 이루어졌는지.
눈을 감고 들여다보네,
어둠이 얼마나 많은 빛깔로 이루어졌는지.
눈을 감고 들여다보네.
삶이 얼마나 많은 길들로 이루어졌는지.>>
어느 모임에서 들은 시 입니다.
한 순간도 쉬지 않는 내 숨결을 잘 가다듬으라는 말로 받아 듭니다.
해발 이천사백미터가 넘는 산길을 하염없이 걷던 때가 생각납니다.
아르헨티나의 꼬르도바 라는 곳,
차들만 간혹 다닐 뿐, 사람은 거의 볼 수 없는 길을 여러 날 걸었습니다.
왼발 딛고 오른발 딛고,
오른발, 다음에는 왼발,
.....
그리고 또 오른발.......
차곡차곡 -
지난 일을 정리하듯이,
하루를 걷고, 나흘을 걷고.......
다리만 그저 산길을 엇갈릴 뿐,
몸은 산천에 떠가는 듯하고 마음도 부는 바람입니다.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
.....
머물기도 합니다.
마음은 어디를 거쳐서 여기 앉았을까요?
홀로 걷던 그 빈 산들은 -
다 어디 갔나요?
어느 날,
밤이 깊어 -
그 산에 한 발을 들입니다.
벽지 너머 펼쳐진 빈 산을.....
울렁이는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
발바닥 머무는 곳에 마음 두라는 말도 떠올리면서,
마음에 두었던 아련한 빈 산을 그립니다.
빈 산을 그리는 한 여름 밤,
한 줄기 실바람이 산들 -
방충망을 넘나듭니다.
.......
.......
아아,
그 때 그 빈 산에 불던 바람들을-
이제 실바람으로 맞습니다.
내 가슴 가득히 오가는 이 숨결은
어느 가슴에 머물다 비운 것일까요?
당신 숨결이 내 숨결입니다.
나는 당신입니다.
나는 빈 산입니다.
나는 울렁이는 그리움입니다.
나는 빈 산을 떠돌다, 방충망 사이를 오가고
한 때는 숨결이었던 -
.....
- 바람입니다.
한 줄기 바람이
한 줄기 바람에게
한 줄기 바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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