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고별의 인사말씀

조회 수 3396 추천 수 0 2014.03.18 05:46:18

 

 


인생 고별의 인사 말씀

                                                                   박 영호

아홉 구멍 뚫린 살덩이로 떨어져 나온 나라는 묘물

고프다 아프다 말썽꾼에 시름쟁이 무능하고도 나약해

험악한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갈지 아득하고 두려웠다

위에서 측은히 여기신가 어진 스승들을 만나 보람되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걸어가듯 고달프던 삶

배꼽까지 차오르는 물늪을 건너는 듯 괴로웠던 삶

사람을 통으로 삼키련 모래언덕을 넘는 듯 두려웠던 삶

나의 한살이 인생길도 무척이나 어려웠고 쓰라렸다

 

먼산을 바라보며 절망의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나

나를 낳아 애써 길러준 어버이를 아주 싫어하였다

하늘땅을 열고 허락없이 나를 던져 넣은 이를 원망

스스로 내 목숨을 끊어버리고자 약물을 삼킨 적도 두 번

 

산더미처럼 덮치는 삶의 파도를 조각배로 맞서기도

때론 장마 새의 빛살 같은 어리석은 행복에 취한 적도 있다

십자가 등에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른 예수를 보며 용기 얻었고

바릿대 들고 문전 걸식한 석가의 모습 그리며 참고 살아왔다.

 

모진 삶을 믿음으로 이겨내고 안식의 나라로 돌아갈 차례

장기수가 옥살이에서 풀려나는 듯 마음 설레이고 시원하다

그동안 이 사람을 아껴준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고맙단 인사

마지막 남길 말이 있다면 하느님의 존재 자체가 기쁨인 참나

 

지겹기만 하던 이 누리도 마지막이라니 정겨워진다.

지저분하던 온누리가 안개처럼 사라지고 새 허공이 열려

오로라보다 황홀하고 영광스런 하느님만이 뚜렷하다

이곳에서나 저곳에서나 오직 하느님만을 기리오리라.


(2014.3.13)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56 나는 누구인가? [2] 관리자 2012-03-21 1498
55 이 목숨 마지막이 닥친다 관리자 2012-04-23 1531
54 하느님! 관리자 2012-04-23 1540
53 글로써 비오다 관리자 2012-04-23 1566
52 아픈맘 어이해? 관리자 2012-04-23 1673
51 외로움 [1] 관리자 2012-05-20 1576
50 맛끊음이 참사는 길 관리자 2012-05-20 1532
49 밴댕이 소갈머리 관리자 2012-05-20 1843
48 생각하는 짐승 관리자 2012-06-04 1414
47 사람 숭배 말자 관리자 2012-06-17 1518
46 두더지의 눈 관리자 2012-06-17 1813
45 내 나라는 이 땅의 나라가 아니다(요한 18:36) 관리자 2012-06-17 1580
44 마이산(말귀뫼) [2] 관리자 2012-08-20 1569
43 남 덕유산 칠연벗골 관리자 2012-09-24 1640
42 거친바람(태풍) 관리자 2012-09-24 1552
41 날(日)이 나이다 관리자 2012-09-24 1537
40 죽음 저울 관리자 2012-09-24 1519
39 오늘 하루 산다. 관리자 2012-10-22 1509
38 철은 바뀌는데 관리자 2012-10-22 1542
37 죽는 날(亡日) 관리자 2012-10-22 16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