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월撫月산장에서
박영호
가느다란 몸집에 병치레 잦았거늘
이른이 넘어서도 몸성히 살게해 주시니
올 여름에도 꽃내고을에 무월산장 찾았다
덕성산 기슭 숲속에 외로히 서 있는 산장
솔바람소리 계곡물소리 지난해 그대로인데
처마끝에 달린 풍경소리 정답게 들린다
하룻밤을 함께 묵어도 만리장성의 인영이라
열두 길벗님들과 거룩한 인연의 가족 돼
이틀 밤을 묵었으니 하늘나라까지 이어지리
산장 앞마당은 큰돌들로 깔려져 있어
낮동안 볕살에 데워져 저녁엔 따뜻해
그 위에 앉아 말씀 나누기에 밤 깊는줄 잊어
남쪽 하늘에 이른
반달이 우릴 굽어보고
별들의 눈속삭임은 내 영혼을 살찌우는데
스치는 바람 함께하신 하느님의 숨길인 듯
예수님보다 더 나은 사나이를 못 만나
고디 지키며 여든 평생을 사신 노언님
언님 앞에 머리숙여 경의를 표하였다
살부치 피부치
깨끗이 다 잊어버리고
내 잘났다 너 틀렸다는 세상소리 안들려
가늘고 조용한 하느님 말씀에 이 맘은 기쁨의 호수
(2008.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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