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사랑하리라 박영호
절벽 바위틈에 난 솔 같은 나의 운명이 미웠다. 길바닥에서 밟히는 질경이 같은 현실이 싫었다. 오직 바라는 것이 있다면 석양의 해처럼 소리 없이 지고 싶었다.
독배를 기꺼이 들이킨 소크라테스 두려움 없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죽이고자 하는 이가 있는 것이 몹시도 부러웠다.
때로는 무거운 질병에 걸렸을 때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기에 앓는 게 고운님보다 반가웠다. 그러나 아쉽게도 늙어 죽으라는 듯 나를 버려 둔 체 가 버렸다.
다시없는 나란 삶이라 이왕이면 즐겁게 살고 싶으나 밥 먹고 뒤보는 삶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보다 못하고 눠서 버리는 똥보다 나을 것 없어 하루하루의 삶이 일각이 여삼추로 지겨웠다.
그런데 어느 날 시름에 잠겼을 때 영원한 과거와 영원한 미래가 소리 없이 부딪치는 한 찰나에 이런 생각이 살별처럼 스쳐갔다. 우주의 임자이신 하느님의 메시지런가 “네가 제법 나라지만 몽땅 나의 것이라 너란 없다. 너의 나란 망상일 뿐이다.” 그 때 현상계가 가려놓은 휘장인 듯 벗겨지고 우주보다 크시고 태양보다 빛나신 전일(全一)의 님이 황홀하였다. 나란 빛 앞에 그림자처럼 없어졌다. 님 님 님 전일(全一)의 하느님
님을 사모하오리다. 님의 뜻을 받드오리다. 이제는 시련도 고난도 꿀맛이라 기쁨만이 화산의 용암처럼 솟구친다.
받들 님의 뜻이란 짐승의 몸으로 살지만 짐승의 성질(탐,진,치)을 버리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라는 예수,석가가 먼저 걸어가신 그 길이라.
앞으로는 받기보다 주면서 살리라. 이제부턴 이기기보다 지면서 살리라. 오늘부터 가정을 벗어나 살리라.
님만을 머리에 이고 님만을 가슴에 품고 님과 하나되고자 제나(自我)로는 죽고 얼나로 솟나리.
-아멘 –
※ 2006.05.27 선생님댁 방문시 - 운영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