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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목(裸木)
박영호
온 누리를 다 덮으려던
푸른 잎은 다 떨어져 버리고
앙상한 뼈대만 드러내어
서럽도록 외롭게 버티어 서서
하늬바람에 떠는 나목
젊음을 다 보낸 나의 모습이다.
지칠 줄 모르게 하고 하던 일
이제는 그만 둬 일손 놓았다.
눈 귀 머니 감각의 문도 절로 닫혀
세상일 고즈넉이 잊어버리고
맞을 죽음조차 아랑곳없이
좌망(坐忘)에 든 나목이 되어
기도삼매 가운데 오직 일념은
하느님 아바만 그리고 사랑해
하느님 아바께서 어여삐 여겨
저 아득히 높은 곳에서
은혜로운 성령의 눈송이를
풍성하게 뿌려 주시면
초라한 겨울 나목의 가지에도
새하얀 청정의 눈꽃이 피리라
눈부신 영광의 눈꽃을 피우리라.
<2006.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