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터골(구기동)을 찾아
박영호
가르침을 받던 그 옛날을 그리며
스승님이 머무시던 옛터골을 찾으니
눈에 익은 집은 간곳 없고 비봉만 우뚝
손수 가리켜 주시던 대남문이 보인다
보현봉 문수봉이 좌우에 서있는데
석가 붓다님은 그 어디에 계시온지
법신만이 바람으로 머리 쓰다듬어
긴 책상으로 만리장성 쌓아 해혼해
살아서도 밤낮으로 널위에 살으셨다
골목 끝까지 배웅하시던 발자욱소리
멈춰 서시며 잘가시오 라든 목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 고개 돌려보니
빌라집들이 가득히 선 낯설은 곳일 뿐
사십년이 오래지 않단 말씀 메아리 들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라며
이 세상 산다는 게 꿈꾸는 것이라고
스승님과의 만남조차 꿈속 이었나
옛터골 찾은 일이 어리석음 이런가
눈에 보이는 것은 모든 게 덧없는 것
바뀌는 누리 넘어 바뀌지 않는 거기가
우리가 돌아가야 할 영원한 님 계신 곳
(201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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