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박영호
나이 차 다니던 일터를 그만두게 돼도 시원 섭섭하기가 말로 할 수 없다던데 근심덩어리 몸버리고 떠나니 홀가분하여라
헌신발처럼 버린다는 속담도 있지만 일생 끌고 다니던 몸뚱이를 버리는 마당에 재활용이라도 쓸 수 있을가 뒤적여보랴
안보고는 못견디리만큼 그리운 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 세상엔 없는 듯 아버지 되시는 하느님만 너무너무 그리워
이 세상에 올 땐 멋모르고 왔었지만 떠날 때는 하느님 아버지 알고 떠나게 되 두 눈가에 맺힌 차가운 이슬 고마움의 진주
일생 사는 동안 삶터 옮기기 그 몇번 다 헤아려 보기에도 어렵게 여러번 하느님 나라에는 이사 다니는 일 없겠지
나 나오기 전에 이 세상 잘 돌아갔고 나 떠난 뒤에도 아무일 없이 돌아가리니 나 죽는다고 큰 일처럼 호들갑 떨건가
사는 동안 재미있는 일 무척 찾았지 겪어보니 재미없고 시시하기만 해 속아 산 일생이거늘 뭐가 그리 아쉬워
나와 알고 지낸이 모르고 지낸이 모두께 아무런 섭섭함도 맺힌 마음 없나니 이 누리에 함께 한 일 꿈이라고만 하기엔
이 몸이 식어져 불꽃속 살라져 버리면 연기로 사라지고 뼈는 흙으로 돌아가리 하느님을 무척 그리다가 간이라 알아주길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가리 이렇게 귀거래서를 읊으며 기도하니 이미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긴듯 편안해 (200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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