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동산에 올라
박영호
금촌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단 반가운 소식
길벗의 새 삶터를 보고서 힘돋구려 왔다가
가까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첨 오르게 됬다
봄비답지 않게 내린 비로 임진강엔 흙물 가득
이 나라 오천년 역사줄기인 듯 도도히 흐르고 있다
강 북쪽은 동토의 땅 남쪽은 자유의 땅으로 나눠
빤히 건너다 보이는 곳인데도 맘대로 오가지 못해
설치해 놓은 망원렌즈를 통해 샅샅이 드려다보니
유령의 집들만이 덩그렁 사람 그림자는 눈에 안 띄어
철의 장막 죽의 장막도 다 걷어치워진지 언제인데
북녘땅만은 지옥보다도 더 멀고 멀기만 해
남의 나라에 억눌려 죽지 못해 살때에도
북녘 사람들 살림살이가 더 낫게 살았었는데
기와집에 이밥과 고기국 먹게 해준단 소리 들은지가
어언 육십년이 지났는데 살림살인 더 어려워졌다
추워 얼어죽고 곯아 주려 죽는 이가 적지 않다 하니
북녘땅엔 아무래도 불강철이 머무름이 분명타
불강철이는 지나가기만 하여도 가을이 봄만 같단데
북녘땅엔 불강철이가 없어야만 젖과 꿀이 흐르리
강철이가 할 노릇은 다 하였으니 이젠 떠나가야지
인생살이가 덧없는 한바탕 꿈인건 사실이지만
꿈이라도 가위눌린 사나운 꿈만은 꾸지 않게 되기를
(2011.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