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끝은 첨과 같다 終如始

 

(남자의) 알짬이 처음 쏟아져 나올 때               精子始初出發時

여인의 몸도 비슷한 아찔함을 먼저 겪는다           母體先驗酷似險

산 것들의 마지막 끝(죽음)에 닥친 느낌은           生物最終感觸末

빛깔은 노랗고 소리는 까마득히 한 점으로 꺼져      色黃音玄幻一點

                                                     (1957.1.10)

 

酷似(혹사) '몹시 많음.酷 : 심할 혹. 險(험) 아찔함. 幻 없어질

환. 末 끝 말

 

  끝은 첨과 같다(終如始)는 말은 누구보다도 소설가 헤르만 헤세가

가장 잘 알아들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말하기를 "쾌락의 몸짓이 산

고로 고통을 당하는 여인이나 죽어가는 자의 표정과 어쩌면 똑같다는

사실이 통감되었다"(헤르만 헤세, 나르시스와 고르트 문트)라고 하였다.

그것은 몸의 생식(生殖)과 사망(死亡)의 고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출(日出)의 광경과 일몰(日沒)의 광경이 비슷한 것과 같다. 사람의

삶이란 서울역에서 교외선을 타는 것과 같다. 교외선은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다시 서울역에 돌아온다. 사람의 생명은 없(無)에서 시작해

서 없(無)에서 마침을 본다. 없(無)에서 있어지고 있(有)에서 없어지

는 것이 생사(生死)이다.생(生)과 사(死)에 임한 몸의 본능적인 생리

상황에 공통성이 있다는 것을 의사들이 알아냈다 .

   갓 태어난 아기와 임종에 다다른 환자는 많은 공통점을 보인다. 갓

난아기는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똑같이 죽음에

이른 환자도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먹여 주어야

하고, 씻겨 주어야 하고, 입혀 주어야 하고, 뒤도 치워 주어야 한다.

영국의 토인비는 치매에 걸려 정신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

였는데 미국의 모리는 육체의 능력을 잃어 남의 손으로 궁둥이를 닦

기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심신의

능력을 잃고서야 죽는다. 인생의 비롯과 마침은 온전히 타력(他力)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맹자도 "생명을 기르고 주검을 장사지냄

에 서운함이 없는 것이 왕도(王道)의 비롯이다"(養生喪死無憾王道之

始也--『맹자』양혜왕 상편)라고 한 것이다.그러므로 내가 낳은 자녀와

나를 낳은 어버이를 버리는 것은 제 생명을 버리는 것과 같다.그런데

옛부터 사람들이 자기가 낳은 자녀는 잘 돌보지만 자기를 낳은 어버

이에게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맹자(孟子)는 "참 사람은 세상의 본

보기가 되어서 그 어버이에게는 구두쇠 짓을 않는다"(君子不以天下儉

其親 맹자 공손추 하)고 하였다. 어버이에게 마음을 아끼지 않으면

시간과 재물은 따라서 간다. 어버이가 세 살까지는 내 오줌 똥을 가려

주었으니 품앗이로라도 어버이가 자리에 누워 오줌 똥을 못 가릴 때

는 내 손으로 치워 드려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다. 이것을 어기

면 인류는 자멸할 수밖에 없다. 마하트마 간디는 말하기를 "첫째 가는

섬김은 뒤를 깨끗이 해 드리는 것이다"(The first service is latrine-

cleaning)라고 하였다. 나를 낳아 기른 어버이를 돌보지 못 하고서는

정의니 자비니 말할 자격이 없다.

 

(남자의) 알짬이 처음 쏟아져 나올 때 精子始初出發時

   사람들에게 사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짐승들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모

든 짐승들이 서슴없이 대답할 것이다. 짐승들이 사는 목적은 탐 ·

진 치(貪瞋痴)의 삼독으로 종족을 보존하는 것이다. 종족을 번식시

키는 수단이 삼독 가운데 치(痴, sex)이다. 물 속에 사는 어류는 체외

(體外) 수정하고 뭍에 사는 짐승들은 체내(體內) 수정을 한다. 사람도

몸으로는 짐승이라 체내 수정을 한다. 그런데 모든 짐승들은 생식(生

殖)을 위해서만 교미를 하지만 사람들은 쾌락(快樂)을 목적으로 성교

를 한다. 쾌락이란 방정(放精)할 때의 말초신경의 자극을 말한다. 류

영모는 이렇게 말하였다 "남녀의 정사(情事)를 쾌락이라 하지만 다

어리석은 짓이다. 남녀가 들러붙는 것처럼 좋은 게 없다고 하는데 그

꼴처럼 보기 싫은 게 없다. 다 속아서 그 짓을 하는 거지 깬 사람은

안 하는 짓이다.그 짓을 하다가 죽어도 좋다면 해도 좋다. 그 지경이

면 달관(達觀)한 사람이다.그런데 그런 사람은 못 봤다. 안 죽으니까

하는거다.참을수 없어서 또는 할수 없어서 했다면 좋다.그러나

안 할 수 없는 것을 안 하고 지내는 게 삶에서 필요하다."(다석어록)

 

여인의 몸도 비슷한 아찔함을 먼저 겪는다 母體先驗酷似險

   류영모는 육욕(肉欲)의 본질을 간지럼으로 보았다.너무나 간지러워

서 미칠 지경에 이르는 것이 음욕이다. 그래서 이성(理性)을 잃고는

 "내 맘 나도 물라. 내가 왜 이러지" 하고는 일을 저질러 두 번 없는

삶을 그르친다. 여자의 용색 뒤나 산고 뒤에 기진맥진하여 하늘이 돈

짝만 해지는 체험이 비슷하다. 류영모는 말하기를 "이 세상에서 좋다

는 것은 간질이는 것이다. 웃으면서도 죽을 지경이다. 간질이는 게 싫

으면서 웃지 않을 수 없는 게 이 세상이다. 참 기가 막힌다. 견딜 수

없이 가려워서 긁어버리지 않을 수 없는데도 꼭 참는 게 있어야 한다.

아니할 수 없는 것을 아니하고 꾹 참고 지내는 게 필요하다. 이 세상

을 지나가야 하는 이 인생이란 그렇게 해야 한다. 죽기로 참고 참아야

한다.이게 인욕(忍辱)이다"라고 하였다.

류영모는 구경각(究竟覺)을 이룬 52세부터 스스로도 금욕생활을 실

천하면서 금욕을 주장하게 되었다. 52세 전까지는 스스로 범방(犯房)

하였다고 고백하였다. 하느님의 얼로 거듭난 이는 몸의 수성(獸性)에

서 놓여나 자유(해탈)하기 때문에 삼독(三毒)인 성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예수 석가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얼나를 깨닫

지 못한 제나(自我)의 사람이 혼인하여 자녀를 낳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예수 석가의 생각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혼인을 하였더라도 될

수록 부부가 떨어져 있어 자녀를 안 낳거나 적게 낳아야 한다는 것이

다. 더구나 지금은 이미 지구에 인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류영모는 이렇게 말하였다 "벼 백 섬을 추수했다면 종자로 쓰여지

는 것은 한 말 정도이고 그 나머지는 모두 쌀을 만들어서 사람의 양

식으로 제공된다. 종자로 쓰이는 것은 거둔 것의 천 분의 일이나 만

분의 일이고 대부분은 사람의 양식으로 쓰여진다. 사람의 씨앗인 정

(精)도 이와 마찬가지다.생식을 위한 종자로 쓰여지는 것은 극히 적

은 부분이고 정의 대부분은 정신을 위해 문화창조를 위해 가치구현을

위해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쓰여져야 한다.쾌락을 위해 자기의

정력을 소모한다면 그것은 자살 행위요 자독(自瀆) 행위다.

성생활이 아니라 실성(失性)한 생활이다. 사람의 정력은 헤프게

쓰여져서는 안된다." (다석어륵)

 

산 것들의 마지막 끝(죽음)에 닥친 느낌은  生物最終感觸末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본능적으로 죽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생식(生殖)하는 것이다.그래서 병에 걸리면 성욕이 없어져야 할 텐데

성욕이 더 일어나는 수가 있다.그것은 몸이 죽게 되었으니 후손을 이

으려는 본능이 작용하는 것이다 .수벌은 여왕벌에게 수정을 시키고는

죽는다. 사정(射精)과 죽음이 이어져 있다.그믐달과 초생달이 이어져

있는 것과 같다. 사마귀 수놈은 수정이 끝나면 암놈에게 잡아먹힌다.

사마귀 암놈이 지독해서 수놈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다. 후손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하겠다는 수놈의 충정을 이루어 주는 것일 뿐이

다. 메뚜기와 연어는 산란을 하고는 죽는다.

 

빛깔은 노랗고 소리는 까마득히 한 점으로 꺼져 色黃音玄幻一點

   이것은 죽을 때의 마지막 꺼져가는 의식의 상황을 그려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여자들은 아기를 낳을 때 겪는다. 남자는 사정을 하는

것이 죽음이요, 여자는 아기를 낳는 것이 죽음이다.후손을 낳는 것은

바로 죽는 준비이기 때문이다.류영모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성

(性)에 관해서는 괴설(怪說)이다.톨스토이의 성관(性觀)도 괴설이다.

예수 석가도 마찬가지다. 금욕이란 분명히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니

까 괴설이다.성교(性交)라는 것은 죽어나는 것이다.남자는 범방(犯

房)하다 잘못하면 죽는다.거기에 빠지면 죽어나는 것이다.여자는 아

기 낳다가 죽는 일이 많다."(다석어록) 여인들이 어머니로서는 강해

지는 것은 목숨을 걸고 아기를 낳았기 때문일 것이다.목숨을 걸고 낳

은 아기인데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그런데 요즘에는 하문으로

아기를 낳기가 어렵다고 배를 째고 쉽게 아기를 낳는다니 문제가 아

닐 수 없다. 쉽게 얻은 아이에게 깊은 정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목숨 걸고 낳은 아기라야 목숨 걸고 기르려고 할 것이다.류달영은 이

렇게 말하였다. "한국 여성들이 자연분만을 하지 않고 제왕절개로 출

산하는 비율이 65%로 세계 1위라니 참으로 부끄럽다"(진리의 벗)라

고 하였다.

  사람이 죽을 때는 온 세상이 노랗고 사람의 목소리가 까마득하게

들리다가 텔레비전 화면이 한 점으로 모여 꺼지듯이 사람의 의식도

꺼진다.그때 몸의 나는 죽지만 사실은 하느님 아들을 낳는 것이다.

류영모는 이렇게 말하였다. "죽음이란 아기(얼나)가 만삭이 되어 어머

니 배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지구는 어머니 배나 마찬가지다.아기가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있듯이 사람이 백 년 동안 지구에 있다가 때가

되면 지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죽으면 우리

는 다시 신정(新正)을 맞아 하느님께 감사해야 한다.이 땅에 사는 동

안은 어머니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서 생명이 충실하고 자꾸자꾸

올라가서 진리를 깨닫고 영원한 생명을 얻어 암호를 해독하고 체득

하여 열달이 차서 만삭공(滿朔空)이 되어야 한다."(다석어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