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거짓 님에 굽히지 말자 不拜偶像(四)

 

아침 저녁 찍어 나온 (신문) 읽어도 새 것 못 듣고       朝夕刊讀無新聞

정치 경제를 배우고 연구하나 신통치 못해               政經學究不神通

배움을 못 이루면 맹세코 돌아오지 않겠다고             學若不成誓不歸

이루면 임금인가 부끄럼조차 모르네                     成則君王破廉恥

                                                           1957.1.12

 

     刊: 판박을 간 誓 :맹세할 서  

     廉恥  : 조촐하여 부끄럼을 아는 廉:조촐할 렴. 깨끗할 렴

 

  사람들은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류영모는 이것을

깨뜨려버려야 할 우상이라고 하였다. 류영모는 이르기를 "사람들이 돈

을 모으면 자유가 있는 줄 아나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영업이나

경영이 자기 몸뚱이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서로의 평등을 좀먹는

다. 경영을 하게 되면 이익을 추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평생 동안

모으려고만 하게 될 것이니 자유 평등이 있을 리 없다. 돈에 매여서

사는 몸이 무슨 자유냐. 매인 생활은 우상 생활이다. 그러므로 매여서

는 안 된다. 매이는 데 매여지기를 바라고 매여지면 돈을 모아서 더

큰 데 매여지기를 바란다. 요즘 말하는 정상배(政商輩)의 생리다. 나

도 한번 모아보자.그래서 떵떵거리고 잘살아보자. 재벌도 되고 큰 자

리에도 앉아보자는 것이다. 이따위 우상숭배는 사라져야 한다. 사람은

자유로워야 한다. 매이는 데가 없어야 한다. 저녁 끼니가 없어도 천명

(天命)이면 산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다 도둑질을 해도 나는 도둑

질을 않겠다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다.

 자성(自誠)이면 하늘이 감동한다. 우리는 미혹몽환광(迷惑夢幻狂 )

의 상태에 빠지면 안 된다. 저만 잘먹고 잘살겠다는 사람들, 권

세 잡아 떵떵거리고 싶어하는 사람들, 이들의 이기적 행동은 죄악이다.

 진리 아닌 데서 나온 생각이다. 크게 조심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사람의 마지막엔 누구나 멸망인 죽음이 기다릴 뿐이다. 그러므로 사

람에게 성공이란 있을 수 없다. 성공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면 그것은

거짓 성공인 우상이다. "불가능이란 내 사전에 없다"고 외치던

나폴레옹의 무덤에 가서 물어보지 않아도 분명한 일이다. 나의 뜻을

이루어 성취하는 이는 한 분이 계실 뿐이다. 나지 않고 죽지 않는 영

원한 생명이신 하느님이시다. 사람이 하느님의 성취에 참여할 수 있

는 길을 예수, 석가가 가르쳐주었다. 하느님이 주시는 얼나로 솟나는

일이다.그리하여 영원한 생명인 얼나로 하느님과 하나되는 것이다.

사람이 성공하는 길은 오직 이 길뿐이다.

 

아침 저녁 찍어 나온 (신문) 읽어도 새 것 못 듣고  朝夕刊讀無新聞

공자(孔子)는 말하기를 "아침에 진리(얼)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

다"(朝聞道夕死可矣 논어 이인편)고 하였다. 아침에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고 저녁에 들으면 아침에 죽어도 좋은 들음이야말로 새들음

(新聞)이라 할 것이다. 류영모는 말하기를 "이 땅위에는 새 것이 없는

데도 이 땅위에서 새 것을 찾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시간 공

간을 초월한 절대존재(하느님)만이 영원히 새롭다"고 하였다. 류영모가

조석간 신문에서 새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신문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다는 말이다. 신문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수성이 저지른 탐 진 치의 업(業) 얘기다. 그

것이 새 소리가 될 리가 없다. 마하트마 간디도 이러한 말을 하였다.

"오늘날 신문을 읽기란 한가지 고역이다. 신문은 바른 소식을 주지 못

한다.그런 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잃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It is an

ordeal now-a-days to read the newspapers.They do not give correct news

Nothing would be lost by not reading them - M K.간디-날마다의 명상)

   이규행(李揆行) 사장의 기획에 의해 문화일보에 다석사상 칼럼을

325회 연재한(1994년~1995년) 적이 있다. 그 신문을 마하트마 간디가

읽었다면 참 삶에 유익한 신문다운 신문을 보게 되었다고 기뻐했을

것이다. 그때 많은 독자들은 놀라운 새 소리를 읽고 깜짝깜짝 놀란다

고 하였다. 그것은 신문(新聞)이 있는 신문이었다는 소리다. 그때 이

사람은 내 소리를 전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류영모를 통해 온 하느님

의 소리를 전하려고 하였다. 류영모는 이르기를 "나를 통한 성령의 운

동이 말씀이다. 성령은 내 마음속에 바람과 같이 불어온다. 내 생각에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은 것이 하느님 말씀이다"라고 하였다.

   일본의 학원에서 이지메(놀림)가 극성을 부리더니 이 나라에

도 학원에서의 따돌림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러면 그 사실을

보도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치유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 신문이 할 일

이다. 그런데 신문은 한마디도 옳은 소리를 들려주지 못했다.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만이 고칠 수 있다. 따돌림은 학생이 지닌 수성의

장난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하는 노릇을 짐승의 버릇이라고 한다. 사람이 어릴 때 노

는 일은 모두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를 분간하지 못한다. 이것을 분간

하면 어리다고 하지 않는다. 짐승의 못된 버릇을 끊게 하는 데는 매를

때려서 버리게 하려면 안된다.하느님의 말씀을 읽게 하고 알게 해주

면 스스로 끊게 된다."(다석어록)

 

정치 경제를 배우고 연구하나 신통치 못해       政經學究不神通

   마하트마 간디는 말하기를 "정치 경제는 종교로부터 떨어지면 다만

 묻어버릴 수밖에 없는 송장일 뿐이다"(M.K간디 :스와데시_)라고 하였

다. 여기서 종교라는 말은 하느님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된다. 하느님

을 떠난 정치 경제는 멸망의 길로 달려갈 뿐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마키아벨리나 마르크스가 하느님을 떠나서 정치 ·경제를 해야 한다는

『정치 -군주론』 『경제 -자본론』학을 세웠다.그리하여 이 세상 사람들

을 더 못살게 만들었다. 류영모는 인생의 본질을 외면한 교육은 "도둑

놈의 교육"이라고 하였다. 정치 경제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을 떠난

 정치 경제는 도둑놈의 정치 경제일 뿐이다. 마키아벨리에 의한 제

 국주의 정치나 마르크스에 의한 공산주의 경제가 도둑놈들의 정치

경제가 아니었던가.

   류영모는 학문을 하는 마음가짐을 이렇게 말하였다. "언제나 마음속

에 욕심을 버리고 하느님 신비를 궁신지화하는것이 학문이다. 우

리의  삶은 궁신지화(窮神知化)다. 하느님 아버지의 신비를 더듬은 결

과가 지식이다. 학문은 생활의 편리화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아버지 하

느님을 궁신지화하는 것이다. 학문이 신앙이다. 지금 연구하는 것은

앞으로 백년 뒤만 되어도 더욱 밝아질 것이다. 우주의 비밀이 더 밝아

지고, 하느님의 존재가 더 밝아지고, 아버지의 영광이 더 밝아질 것이

다. 이런 뜻에서 모든 학문이 다 신학이다. 학문에는 언제나 알

지 못하는 세계, 신비한 세계가 남아 있게 마련이다. 어떻게 하느님에

대해 더 알 수 있을까가 나의 문제다. 인류의 문제다. 하느님의 신비를

찾는 일은 그것이 학문을 낳는 데 있다. 학문을 낳지 못하는 신앙은

미신이다." 하느님을 떠난 학문은 우상일 뿐이다.

 

배움을 못 이루면 맹세코 돌아오지 않겠다고      學若不成誓不歸

   학문이 출세의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진리를 알고자 학문하는 사람

은 없고 모두가 출세하기 위해 학문을 한다. 시골 젊은이가 서울로 가

면서 내가 대학 졸업장을 손에 들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오지 않겠다

고 맹세한다. 한국의 젊은이가 외국으로 떠나면서 박사 학위증을 손

에 넣지 않으면 고국으로 돌아오지 않했다고 맹세한다. 입신 출세를

위해 굳은 결의를 보이는 자식을 믿음직하고 대견하게 본다. 그런데

류영모는 그게 아니라고 하였다. 부귀 영화를 위해 학문을 하는 것은

학문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이마에 땀흘리며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가 사람을 괴롭히는 우상이 된지 오

래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이들이 있다. 진리를 알겠다

는 호학(好學)정신이라면 훌륭하지만 대학 다녔다는 소리를 하고 싶

어서라면 대학 우상숭배자에 지나지 않는다.

류영모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마에 땀흘리고 살아야 한다. 권력과

금력으로 호강하겠다는 것은 제가 땀흘릴 것을 남에게 대신 흘리게

해서 호강하자는 것이니 그 죄악은 여간한 것이 아니다. 대학에 들어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시골에서 부모가 대학교에 가라고 권하

여도 "무슨 말씀입니까.형편이 이런데 땅을 팔아서야 갈 수 있습니

까?" 하면서 땅이나 파며 농사짓고 부모님 모시고 살겠다고 하는 사

람이 우리나라의 참된 주인이 될 사람들이다. 그 많은 대학이 정말 대

학이라면 이렇게 죄다가 들어가서 공부하고 나올 수가 없다. 대학이

소소학도 되지 못하고, 돈만 내면 졸업장을 가질 수 있으니 그런 것이

다." (다석어록)

   류영모는 인류역사에 참으로 위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 가운데는 대

학을 나온 사람들보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였

다. 옛날에는 학교교육이 발달하지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의 고등교육

기관이 있었는데도 예수나 공자는 전혀 제도교육을 받지 못했다. 오

늘날 우리가 지극히 존경하는 간디 타고르 톨스토이 헤르만 헤세

등도 대학졸업을 하지 않았다.

   류영모는 말하기를 "요새 신문을 보면 학비가 없어서 자살하는 사

람이 있는데 대단히 고상한 것 같으나 실제로 배움의 맛 때문에 그랬

는지 의심스럽다.오늘의 맛보다는 내일의 맛이 더 좋을 것으로 여기

고 대학교까지 나와 더 좋은 맛을 보려고 하는데 그만 그 길이 막히

니까 목숨을 끊는 사람도 생겨남직하다.모르긴 해도 오늘날 교육한

다는 사람 중에 공부를 잘해야 이 다음에 잘 먹고 잘 살게 된다고 말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옛날에도 좋은 음식, 좋은 집, 높은 벼슬

같은 것이 권학의 조건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상을 맛보고 사는 걸로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인생은 맛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인생관을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회는 볼일 다 보게 될 것이다.물욕주의가 일반적인 인생관이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루면 임금인가 부끄럼조차 모르네               成則君王破廉恥

   짐승들은 수놈끼리 서로 싸워서 이기면 그 무리의 지배자가 된다.

그러나 지면 죽거나 쫓겨나거나 복종해야 한다. 사람들도 털 없는 원

숭이라 이러한 짓을 몇백만 년 해왔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치욕스런

역사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류영모는 이르기를 "인류의 역사를 돌에 새기고 쇠에 녹여 부어 수

천 년, 수만 년을 남겨 왔어도 결국 싸움하고 물어뜯은 기록들이지 자

랑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인류의 역사는 죄악의 역사지 그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지나간 역사는 모두 죄

악뿐이오 후회할 것뿐이지 누가 감히 자기의 과거를 자랑할 수 있으

랴. 어거스틴만 참회록을 쓰고 루소만 참회록을 쓸 것이 아니다. 누구

나 자기의 과거를 쓰면 다 후회요, 참회인 것이다. 지나간다는 '과'

(過) 자가 본래 '허물 과'자이다. 뱀이 허물을 벗어버리듯 벗어버릴

것이지 영원히 보존할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오늘날의 나라(국가)도 폭력의 산물인 그 전통을 이어온 것이다. 그

래서 예수 석가는 땅의 나라를 멀리하였다. 맹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푸줏간을 멀리한다"(君子也- 맹자 양혜왕 상편)고 하였

지만 군자는 권력을 멀리한다. 한 자리 얻을까 하여 정치인의 둘레를

맴돌지 않는다는 말이다.

류영모는 말하기를 "종교학자 신학자도 학자라면 자꾸 배운 것을

익혀야 하는데 버릇없이 감투를 좋아한다. 바람 감투를 얻어 쓰는 맛

에 이 세상에 나온 보람을 느끼는 모양이다. 또 감투를 쓴 사람에게

옳은 제자도 없겠지만 은사라고 좇아 다닌다. 이러니 저러니 말 많고

유혹 많은 세상에 학자는 배운 것을 익혀야 하는 것이 그 본분이 아

니겠는가.과거를 더듬고 영원(하느님)을 찾는 것을 익히는 이 맛, 이

 재미는 즐거운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

   나라(국가)라면 절대적인 것으로 아는데 그래도 톨스토이와 마하트

마 간디는 그렇지 않았다. 이 말은 그들의 정신의 높이를 보여주는 말

이다. "다만 정부 자체를 보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횡포한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폭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비교적 총명하

고 정의로운 사회 조직을 건설하는데 크게 공헌함에 틀림없다. "(톨스

토이. 애국심과 정부)  "필요하다면 국가는 세계 인류를 위해 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국가주의에 찬동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나의 국가주의 사상은 조국이 국가 조직으로 인해 자유

를 얻게 되는데 있다. 그러나 인류가 존속하는데 필요하다면 모든 국

가가 망해도 좋다."( M.K.간디. 간디어록) 국가가 이 지구상에서 완전

히 없어질 때까지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잘하는 길밖에 없다. 정치라

는 우상을 온전히 깨뜨릴 때 민주주의가 바로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