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아 그 동안 고마웠다
박영호
가난과 서름과 아픔속에서
아둥바둥
힘겹게 살아온 일생
언젠가는
내가 죽는 것을 잊지 않았으나
이미
기울어진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
더
늦기전에 헤어질 인사를 해야지
세상아
그 동안 참으로 고마웠다
나는
떠나가리 잘 있거라
이
세상에 처음 눈 떴을 때
모든
게 낯설고 모르는 것 뿐
때로는
호기심도 일었지만
폭풍우
속에 바들바들 떠는 참새 꼴
두려움에
놀라고 어려움에 울었다
내가
잘 났다며 겨루고 다투는 삶
어느새
나도 그 속에 끼어들어
살아남으려
안간힘 쓰기도
스스로
돌이켜보아도 역겨워
이렇게
살바엔 차라리 죽자는 생각도 그 몇 번
고약한
짐승살이 이어갈건가?
덧덧잖은
삶 버릴 것인가?
고민에
빠져 허우적일 때
앞서간
이들의 겪고 느낀 말씀이 고맙게도
삶의
방향을 하느님께로 바꾸도록 이끌어주었다
짐승성질
줄이거나 떼어 버리고
하느님의
아들의 길 익혀가니
고달픈
삶에도 보람을 얻고
쓰디쓴
삶에서 단 맛을 알 게 되었다
하느님이
저로 해서 환빛을 받으시고
하느님도
저로해서 환빛을 저에게 주심(요한13:31~32)
하느님
아들인 얼나로 솟나며
이
세상을 허물 벗듯 벗어 버리고
하느님아버지께로
돌아가리니
하늘위로
날아오르며 이 세상을 굽어보니
싫고
싫던 이 세상이
참나가
자라난 요람이었고
하느님
아들 노릇을 익히는 배움터였고나
세상아
참으로 고마웠다
세상아
잘 있거라 나는 떠나간다
다시
못올 길을 기쁨으로 영원히 떠난다
(2010.7.28)
희수 생일날에
*환빛:영광(榮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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